[Cover Story] 임금의 경제학…오른다고 반드시 좋을까?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임금 노동자를 ‘임금의 노예’라고 불렀다. 임금을 자본가가 노동자를 부리는 핵심 수단으로 본 것이다. 그는 임금이라는 수단을 자본가가 쥐고 있는 한 노동자는 언제나 경제활동의 ‘종(從)’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노동자가 종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본가와의 투쟁밖에 없다고 믿었다. 이른바 ‘계급투쟁론’이 탄생한 배경이다. 하지만 150년 전쯤의 마르크스는 임금이 결정되는 원리를 완전히 잘못 읽었다. 특히 노동자의 권리가 이처럼 빠르게 강화되리란 걸 예측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의 토머스 멜서스(1766~1834)가 식량혁명을 예상하지 못하고 인구론에서 인류재앙론을 주장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토지 자본 노동은 생산의 3대 요소다. 토지는 모든 형태의 천연 그대로의 자연자원을 일컫고, 노동은 인간의 노력을 의미한다. 자본은 소비에 사용하지 않고, 현재 또는 미래 생산에 이용하기 위해 축적된 과거 생산의 결과물이다. 재생산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가 바로 자본인 셈이다. 상품은 결국 이들 생산의 3대 요소가 골고루 배합돼 만들어진 생산물이다. 그러니 가격은 생산요소들이 창출한 가치의 총합이다. 마르크스의 주장처럼 노동의 가치가 바로 상품의 가치는 아니다. 가격은 분명 노동가치 그 이상이다.

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따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체제다. 토지는 지대(地代), 자본은 이윤, 노동은 임금이라는 개념으로 각자의 몫을 챙긴다. 3대 생산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생산이 극대화되고 경제가 선순환한다. 지대가 너무 비싸거나, 자본가가 이윤을 지나치게 추구하거나, 노동자가 무리한 임금을 요구하면 생산과 경제는 삐걱거린다. 노동자의 권리만을 옹호한 사회주의경제가 결국 실패로 판명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 우리 사회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임금인상’이다. ‘내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는 임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에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임금인상을 적극 환영하지만 경영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환경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인금인상론을 경계한다. 임금인상이 고용시장을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금이 오른다는 건 좋은 일이다. 임금인상은 진정한 경제 강국으로 한 발씩 다가간다는 의미이고, 사회의 빈곤층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무리한 임금인상은 결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 궁극적으론 사회 전체가 더 빈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나치게 임금(가격) 구조에 개입하는 것은 자율과 합의라는 시장경제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시장경제에선 가격이든 임금이든 노사가 스스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해결책이다. 4, 5면에서 경제에서의 임금의 의미, 최저임금제의 양면성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