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경제회복 선두…재조명되는 미국의 리더십
2017년 최강 산유국
중국은 적수 못돼
강대국은 바뀐다. 역사는 그렇게 말한다. 로마는 축구나라 이탈리아의 수도로 전락했고, 몽골은 따뜻한 봄볕을 기다리는 은둔의 나라가 됐다. 근대(르네상스) 이후 강대국의 위치는 거의 100년마다 바뀌었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오늘날 미국이다. 강대국도 군사력, 경제력, 제도와 가치 체계에 따라 바뀐다. 세 가지를 균형있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는 경제력, 군사력의 균형이 무너질 때 강대국의 우위가 갈렸다고 진단했다. 우리의 관심은 미국에 쏠려 있다. 미국에 도전하는 나라는 있는 것인가?2017년 최강 산유국
중국은 적수 못돼
중국·스페인·영국의 시대
중국은 근대 이전까지 모든 문명 중 가장 선진적이었다. 15세기 유럽 인구가 5000만~5500만명일 때 이미 중국은 1억~1억3000만명이었다. 근본 자원인 인구가 풍부했다. 아시아와 유럽인이 중국으로 몰려와 무역을 했고, 문명을 배워갔다. 일사불란한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와 운하·관개시설에 기반을 둔 농업도 최고 수준이었다. 세계 4대 발명품(나침반, 화약, 인쇄술, 종이)의 나라이기도 했다. 왜 중국은 수 세기 동안 몰락했을까?
사라진 나라는 많다. 영국이 뜨기 전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식민제국을 거느린 강대국이었다. 포르투갈은 해양의 시대를 누볐다. 일본에 문명을 전달했고 브라질을 복속시켰다. 스페인은 미국과 멕시코는 물론 남아메리카 대륙 중부, 서부, 남부 대부분을 정복한 초강국이었다. 이랬던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또 다른 강자 영국의 그림자 속에 묻힐 운명이었다니.
스페인 펠리페 2세의 과감한 공격을 무적함대로 격퇴한 영국은 북아메리카 전부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인도와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 제국을 건설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영국을 자본주의의 성지로 만들었다. 영국의 태양을 가린 것은 미국이었다. 본국과의 전쟁을 치른 미국은 독립을 쟁취했고,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
미국의 다음은 누구일까. 중국일까.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리먼 브러더스’ 경제위기 당시 강대국 미국의 시대는 끝났고, 중국의 시대가 왔다는 진단이 많았다. 2013년 무역액(수출+수입)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면서 미국 종말론은 더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앞설 수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근거는 ‘에너지 붐’이다. 미국은 2017년 세계 1위 산유국이 된다. 미국은 중동지역 하루 생산량 중 3분의 1가량(1000만배럴)을 수입해왔다. 미국이 지난 10년간 8조달러(중국의 1년 GDP 규모)를 써가면서 항공모함 2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한 것도 안정적 석유 확보 때문이었다. 세계가 안전하게 중동 석유를 운반해 쓸 수 있는 것도 미국의 경찰 역할 덕분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에너지 독립국)이 되면 세계의 경제, 군사력은 미국 일변도로 재편된다. 미국이 중동 석유 수입을 줄이자 최근 석유와 가스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자국 내 석유 증산 덕에 중동 수입 물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 결과 석유와 가스 가격이 추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에 대응해 생산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산유국이 판매가격 하락에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의 힘은 셰일오일에서 나온다. 요즘 미국에선 셰일오일과 가스가 마구 나온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 인근 지역에서 2조배럴(1배럴은 158.9L)의 셰일 오일층이 발견됐다. 300~35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최강 산유국…미국 G1 시대
에너지 가격이 싸지자 미국에선 죽었던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생산비 증가로 이윤이 생기지 않아 한국과 중국 등에 물려줬던 제철, 플라스틱 산업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석유가격 하락은 곧 원가 하락과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 지금 미국이 그렇다. 여기에다 미국에는 개인의 창의, 경쟁, 혁신, 기술을 강조하고 장려하는 경제적 제도와 가치가 있다. 가장 포용적인 경제제도와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가 미국이다.
중국에는 이런 것이 없다. 포용적인 경제, 정치제도보다 폐쇄적이고 중앙통제적이다. 4대 발명품이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도 황제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착취 구조에 있었다. 미국 경제가 매년 5%씩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이렇게 성장하면 얘기는 끝난다. 중국은 아직 상대가 못 된다.
국가를 알고 싶으면 이 책들을 읽어라!
본문에 인용한 책은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대런 애스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이다. 폴 케네디는 역사상 존재했던 강대국의 흥망에는 결정적 시기마다 경제력 군사력의 불균형이 작용했다고 봤다. 경제력이 없는 군사력은 허장성세에 불과하며, 군사력이 없는 경제력은 사상누각이라고 설명한다. 상비군과 함대를 유지할 경제력이 없는 나라는 그 반대인 나라에 정복당하거나 패퇴했다. 영국은 산업혁명에서 얻은 힘을 바탕으로 식민지를 넓혔고,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좌절시켰다고 폴 케네디는 썼다.
애스모글루는 제도와 가치를 중시했다. 어떤 제도와 가치체계를 갖느냐에 따라 흥망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이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고도 인쇄, 출판을 거쳐 지식을 널리 전파하지 못했던 것은 활자 이용을 왕, 즉 나라가 독점했기 때문이다. 활자 사용을 민영화했다면 더 많은 책이 출판돼 지식의 지평을 넓혔을 것이란 얘기다. 지식은 곧 경제력으로 직결된다. 구텐베르그가 사익을 위해 금속활자로 성경을 열심히 찍어낸 것이 유럽을 깨운 비결이 아니었던가. 총균쇠는 인류 문명의 발달이 제도와 가치보다 총과 균과 쇠에 있다는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