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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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로마는 세계 질서의 중심이었다. 특히 기원 전후 200년(대략 기원전 27년~기원후 180년)은 로마의 전성기였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통치로부터 시작된 로마의 전성기는 로마제국 지배계급에는 더없는 태평성대였다. 당시 로마는 정치, 법률, 기술, 문학, 철학 등 모든 것을 선도했다. 하지만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식민지 민족들엔 더없는 고통의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역사는 이 시대를 ‘팍스로마나(Pax Romana·로마에 의한 평화체제)’로 부른다.

19세기는 영국의 시대였다. 지구촌 곳곳에 식민지를 개척한 영국은 말 그대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자본주의가 성숙해지고, 정당 정치가 꽃을 피웠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 군주의 정치적 위상도 이 시기에 세워졌다. 19세기 영국 전성기를 이끈 통치자는 빅토리아 여왕(재위 기간 1837~1901년)이다. 그런 대영제국도 결국 해가 졌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대영제국의 위세는 크게 약해졌다.

강자가 약해지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는 게 역사의 법칙이다. 영국의 위세가 꺾이는 만큼 미국의 영향력은 커졌다. 지난 100년의 세계 질서는 미국이 주도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뉴욕증시의 다우, 나스닥 지수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잣대가 됐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선두에 섰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의 전쟁은 미국이 이끌었다. 미국은 21세기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술개발도 주도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상징적 국가로도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일부 중동·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반미정서도 강해졌다. 2001년 9·11테러는 이런 극단적 반미정서가 잔인하게 표출된 대표적 사례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바라보는 경계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진원국인 미국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경제 종언’이라는 극단적 표현도 나왔다. 자본주의 상징 ‘월스트리트를 포위하자’는 슬로건도 나부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선진국들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경제의 거울인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 가치도 꾸준히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유재산권 보장, 유연한 노동시장, 창의적 교육, 개방 등을 미국 경제회복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세계 질서 주도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 미국의 본질을 다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미국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 세계 질서에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4, 5면에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 미국을 바라보는 오해와 진실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