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 3주 만에 관객 800만명을 거뜬히 넘어섰고, 2015년 첫 ‘1000만 돌파 영화’도 예약해 놓은 모양새다. 국제시장의 영어 제목은 ‘Ode to My Father’, 우리말로 ‘내 아버지에게 부치는 시(詩)’다. 폐허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아버지 세대의 노고를, 애틋한 가족 사랑을, 흔들림 없는 애국심을 그린 영화다.

6·25전쟁과 생사도 모르는 이별,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 이산가족 찾기는 아버지 세대의 아픔을 담은 역사적 영상들이다.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퍼지면 벌떡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는 장면은 갈수록 흐려지는 ‘애국’이란 단어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시대의 아픔을 자식 세대가 아닌 우리가 감당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주인공의 독백에선 시대를 초월한 자식 사랑이 가슴 아리게 전해온다.

국제시장을 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아버지 세대의 아픔과 경제 발전 공로를 잘 그려냈다는 시각, 지나치게 애국을 부각시키고 성장의 어두운 이면은 감췄다는 시각이 섞여 있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가 폐허의 땅에 ‘경제 발전’이란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을 싹틔워 무성한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한국 경제 60년사는 ‘아버지 세대’의 헌신과 노고의 역사다. 오늘날 ‘자식 세대’가 누리는 것의 상당 부분은 ‘아버지 세대’ 땀의 결실이다.

지난 60여년간의 한국 경제사는 ‘기적’에 가깝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제외하고는 20세기 역사를 논할 수 없다”고 했다. 불과 50년 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00배 넘게 급증한 것은 ‘기적론’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수치다. 1964년엔 1억달러 수출에 무려 307일이나 걸렸다. 현재는 3시간 남짓이면 1억달러어치를 수출한다. 굶주림의 시대엔 어쩌다 먹거리가 생기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지금은 작은 밥그릇이 ‘웰빙’의 상징이다. 금융시장도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부(富)와 명예의 상징이던 자동차가 일상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아버지 세대가 일궈놓은 한국 경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지구촌을 누비는 코리아의 글로벌 기업들이 더 늘어나야 하고, 창의·도전·혁신의 기업가정신 재무장도 필요하다. 기업이나 기업가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 역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윈-윈’의 상생 마인드도 더 뿌리를 내려야 한다. 고용시장의 유연성도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다. 성장의 파이를 지속적으로 키우면서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 또한 ‘자식 세대’에게 던져진 숙제다. 4, 5면에서 한국 경제 60년사를 되돌아보고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