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하락세 가파른 유가…원유시장의 '치킨게임'
에너지는 ‘인류의 생명줄’이다. 물질을 키우는 씨앗이자, 삶을 풍요롭게 하는 근원이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은 인류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죄목(?)으로 가혹한 벌을 받는다. 불을 사용하는 인간이 신과 대등해지는 것을 제우스가 두려워한 때문이다. 불과 함께 석탄, 석유, 전기는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에너지의 근원들이다.

석유는 또 다른 에너지혁명이다. 석유가 인류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것은 생각만큼 오래지 않다. 석유의 기원은 동서양에서 기원전 2000~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에너지원으로 석유가 각광을 받은 것은 19세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859년에 처음으로 석유 시추에 성공했고,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석유는 그 존재의 의미를 더해갔다. 1950년대 중동지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정(油井)이 발견되면서 석탄은 석유에 ‘최고 에너지’ 자리를 물려줬다. 인류가 석유의 대량소비 시대를 맞은 것이다.

에너지, 특히 석유는 인류의 역사에서 수시로 싸움과 갈등의 빌미였다. 중동이 ‘화약고’라고 불리는 것도 그 중심에는 석유가 있다.

석유가 부족한 강대국들은 에너지 패권 싸움에 앞다퉈 뛰어들었고, 석유 강국들은 에너지를 무기로 상대국에 맞섰다. 석유는 글로벌 패권지형을 수시로 바꿔놨다. 원유 생산 세계 수위를 다투는 러시아는 막강한 석유자원을 무기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주요 석유생산국가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가격 결정권을 쥐고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석유가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국제갈등의 씨앗이 된 셈이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2008년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고, 지난 6월엔 107달러로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던 원유 가격은 지난달 말 7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미국의 셰일가스(오일)가 전통적인 원유의 강력한 대체재로 등장한 데다, 달러가치 강세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소비가 주춤한 것 역시 유가 하락의 배경이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OPEC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반대가 유가 급락을 부추겼다. 사우디의 감산 반대는 미국과의 원유 생산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일종의 ‘치킨게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가별로는 명암이 갈린다. 특히 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러시아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동국가들에도 먹구름이 짙어졌다. 회원국 간 증·감산 견해가 엇갈리면서 OPEC 내부의 균열 또한 커지고 있다. 4, 5면에서 유가 하락의 원인, 셰일가스라는 대체재 등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