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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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기’는 덧없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인기’에 집착한다. 정치인들이 특히 그렇다. 인기는 바로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이 지적한 것처럼 대중은 수시로 합리적이지 않다. 중우(衆愚)란 자기중심적인 대중을 꼬집은 것이다. 공공(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먼저 챙기고,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대중을 경계한 말이다. 이런 대중에 편승한 정치가 바로 ‘중우정치’다. 어찌 보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은 중우정치의 다른 표현이다.

포퓰리즘은 남미 국가들에서 더 두드러진다. 남미의 대다수 정치 지도자들은 성장보다는 분배나 평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경제 규모가 세계 7위인 경제 강국이었다. 그런 나라가 현재는 나랏빚도 제대로 못 갚은 나라로 추락했다. 아르헨티나 몰락의 중심에는 포퓰리즘이 있다. 지나친 복지정책으로 나라 경제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렸다. 일터에서 땀을 흘릴 이유가 적어지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한 것이다.

1940년대 이후 포퓰리즘이 득세하던 중남미 국가 집권자들이 포퓰리즘은 ‘민주주의 시스템 병’이라고 진단했다. 카를로스 메사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포퓰리즘은 생선 잡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생선을 나눠주는 방식”이라고 했고, 라우라 친치야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은 시장친화적인 혁신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 2014’에서 전직 중남미 대통령들이 일종의 ‘포퓰리즘 반성문’을 쓴 셈이다.

포퓰리즘은 ‘달콤한 유혹’이다. 국가에 대한 책임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 한다. 국민들이 불편해 하는 ‘세금’은 언급을 피하고, ‘무상’이라는 선심만 베풀려고 한다. 복지의 뒷면엔 재원 조달이 붙어다닌다. 그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인기 없는 ‘책임’ 얘기는 극도로 꺼린다. 유권자들의 중심이 흐트러지면 포퓰리즘은 더 극성을 부린다. 그러니 지나친 포퓰리즘은 정치인만의 탓이 아닌 셈이다. 국가는 영속성이 중요하다. 국가 자원(천연자원, 인력)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정치인들의 책무다. 그래야 국가가 더 부강해지고, 영속성이 담보된다. 때로는 물고기를 나눠줘야 하고, 때론 물고기 잡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남미 지도자들의 반성문’은 성장과 복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4, 5면에서 포퓰리즘이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