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체결…자유무역 지평을 넓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간 교역이 성숙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1992년 8월 수교 이후 22년 만에 양국이 또 하나의 큰 외교적 협력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 영토’는 73%로 넓어졌다. 우리나라와 FTA를 맺은 51개국이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의 73%에 달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13억 인구, 내수 시장 5000조원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빗장을 연 것이다. 물론 한·중 FTA를 낙관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시급히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FTA로 소외된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합리적 대책도 필요하다. FTA는 양국, 혹은 경제블록 간 관세를 철폐하거나, 이를 크게 낮춰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이 골자다.



빗장 풀린 5000조 거대 시장

전격 타결된 한·중 FTA는 상품 90% 이상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경제 전반을 포함하는 22개 분야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중국은 품목 수 91%에 수입액의 85%(1371억달러), 한국은 품목 수 92%, 수입액 91%(736억달러)에 대해 20년 내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의 관세 인하·철폐 효과는 연간 54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수산물 자유화율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 수준이다. 쌀 개방은 한·중 FTA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한·중 FTA 타결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GDP 기준)과 모두 FTA를 체결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그만큼 지구촌에서 한국의 경제 영토가 확장됐다는 의미다.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15위인 한국과 세계 2위인 중국을 하나로 묶는 이번 협정이 발효되면 GDP 11조달러 규모의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한국에는 인구 13억명, 내수시장 5000조원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빗장이 열리는 셈이다.



北 군사동맹국과 맺은 ‘경제동맹’

FTA는 경제적 동맹이다. 하지만 FTA는 단순히 경제적 동맹,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경제·외교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FTA라는 얘기다. 특히 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로,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최우방국인 셈이다. 이런 중국과 FTA로 ‘경제동맹’을 맺은 것은 한반도의 안정,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양국 FTA는 중국에도 의미가 있다. 중국은 처음으로 10대 교역국가와 FTA를 성사시켰다. 한·중 FTA가 중국에는 경제적 실리보다 외교안보적 의미가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을 중국의 경제블록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한미동맹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은 한·중 FTA를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의 수입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면 한국산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총교역의 21.3%(2289억달러)가 중국과 이뤄졌다.



민감품목 제외로 시장충격 완화

두 나라는 FTA를 타결지으면서 양국에 민감한 품목들은 상당히 제외시켰다. 이는 시장충격을 완화하고 자국의 FTA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는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완성차와 달리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는 6~10%의 관세는 20년 내에 철폐된다. 관심이 쏠렸던 쌀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추 마늘 양파 사과 수박 복숭아 갈치 소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수산물도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품목 기준으로 전체 농축산물의 34%가 기존 관세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FTA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인하 효과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품목별 경쟁력에 따라 한·중 FTA의 수혜여부는 엇갈린다. FTA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중국산 제품에 국내 시장이 잠식될 우려도 있다. 공식 협정문 작성과 검증 절차 등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회가 FTA안을 비준해야 효력이 공식적으로 발효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