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공짜 점심은 없다…무상복지의 부메랑
‘공짜 점심은 없다.’

자유시장경제주의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경제원리의 핵심을 ‘공짜 점심’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시카고학파의 주축이자 통화주의자 프리드먼의 말처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는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공짜 점심’은 경제원리뿐 아니라 삶의 모든 곳에 적용되는 공통의 이치다.

2012년 대한민국을 달군 이슈는 ‘공짜’였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와 대통령선거가 한 해에 겹치면서 정치권에선 ‘무상복지’ 공약을 쏟아냈고, 유권자들의 무상복지 욕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무상복지가 표심을 흔든 것 또한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복지공약을 지키려면 200조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짜 점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올 지방자치체 선거에서도 무상복지는 여전히 화두(話頭)였다. 공짜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당선에 급급한 정치인들은 재원 마련은 팽개치고 ‘공짜 카드’로 유권자들을 유혹한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무상복지’는 벌써 곳곳에서 ‘재정 고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재정(세금)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잊은 채 과도한 공짜만을 외친 탓이다. 저수지의 둑 일부가 무너져 마을 앞 하천이 범람해도 무상복지로 재정이 고갈돼 두 손을 놓은 지방자치단체도 있고, 자전거 길을 만드는 공사도 예산 부족으로 곳곳에서 멈춰섰다. 무상교육, 무상급식에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붕괴 위험이 있는 불안한 학교, 인성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 예산 부족으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7년 된 고물 PC로 수업하다 이를 참지 못한 학생들이 스스로 부품을 갈아끼우는 학교까지 생겼다. 무상급식의 부메랑으로 초·중·고 원어민 교사도 3년 새 2500여명이나 줄었다. 저소득층을 도울 재원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과도한 복지예산으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중앙정부에 예산 지원을 호소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무상복지를 내건 중앙정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복지로 늘어나는 재정 부담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니 정치인이 복지공약을 내걸 땐 재원 확보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고, 유권자가 복지 확대를 요구할 땐 스스로 세금을 더 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진정한 선진국은 국민이 노후 불안에 떨지 않고, 일자리가 없어도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나라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적은 나라다. 그런 점에서 복지는 선진국으로 가는 진입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재정과 복지의 균형을 맞춰가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무다. 4, 5면에서 무상복지의 실태와 그 결과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