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익률·항상소득가설…지니계수·로렌츠곡선…
수식속에 숨겨진 성장, 그리고 불평등


최근 세계적 화두(話頭) 중 하나는 소득불평등이다.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 앵거스 디턴 교수의 『위대한 탈출』은 불평등 논쟁을 증폭시킨 대표적 책들이다. 불평등 논쟁은 종교 논쟁만큼이나 확실한 승자가 없다. 누구는 자본주의가 빈부 격차를 확대시켰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누구는 성장으로 어느 시대보다 물질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론이 안 나는 논쟁도 의미가 있다. 엇갈리는 주장들이 때로는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불평등·소득 등과 관련된 용어들을 살펴본다.

이스털린의 역설

이스털린의 역설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미국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 주장한 개념이다. 그는 1946년부터 빈곤국과 부유한 국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등 30개 국가의 행복도를 연구했는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논문을 통해 비누아투, 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국가에서 오히려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는 연구 결과를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 교수팀은 이스털린의 설문보다 더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통해 이스털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슨은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물론 국민 개개인을 보면 돈보다 명예나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복지 수준과 행복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의 견해다.

지니계수·로렌츠곡선…

[Cover Story] 성장-불평등의 함수
니계수, 십분위분배율, 로렌츠곡선, 역U자형가설은 모두 소득불평등과 관련된 경제용어다. 지니계수는 이탈리아 통계·사회학자 지니가 만든 것으로, 소득 불평등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다.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근로소득, 사업소득은 물론 부동산, 금융자산 등의 자산 분배 정도를 알 수 있다.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다는 의미다. 십분위분배율은 한 나라의 모든 가구를 소득 크기에 따라 10등분해 상위 20% 소득에 대한 하위 40% 계층의 소득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완전히 평등한 나라라면 십분위분배율은 2, 완전히 불평등하다면 십분위분배율은 0이 된다.

로렌츠곡선은 미국 통계학자 M 로렌츠가 고안한 것으로, 사람들은 순서에 따라 소득을 매기고 가로축에는 인구에 따라 누적하며 세로축에는 소득 계층에 따라 누적한다. 45도의 선은 누적인구와 누적소득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기 때문에 완전한 평등을 나타낸다. 완전평등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이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그래프 참고). 쿠츠네츠의 역U자형가설은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는 불평등이 악화되지만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 소득 분배가 개선된다는 이론이다.

항상소득가설·절대소득가설

항상소득가설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창한 소비함수이론이다. 소득은 정기적이고 확실한 항상소득과 임시적 수입인 변동소득(일시소득)으로 구분된다. 프리드먼은 실질소득 가운데 항상소득의 비율이 클수록 소비성향이 높고 변동소득의 비중이 클수록 저축성향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 가설은 소비함수를 분석할 때 소득계층 간 소비성향의 횡단적 격차, 경기순환 측면에서 저축률 변화, 평균소비성향의 장기안정 문제 등을 잘 설명한다. 절대소득가설은 소비의 크기는 당기의 소득, 즉 절대소득에 의존한다는 케인스의 주장을 일컫는다.

불평등을 보는 엇갈린 관점, 성장에 약일까 독일까?
[Cover Story] 성장-불평등의 함수

불평등은 해소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모두가 결과적으로 완전히 평등할 수는 없지만 불평등의 정도가 심한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자극을 줄지, 아니면 성장에 제동을 걸지는 불평등 논쟁과 별도로 또 다른 생각거리다.

앵거스 디턴 교수는『위대한 탈출』에서 경제성장은 인류가 물질적 결핍과 질병에서 탈출하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유산’으로 불평등이 파생된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성장이 불평등의 확장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불평등은 어쩌면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평등에서 뒤처진 사람(국가)은 평등해지기를 희망하고, 평등대열에 선 사람은 다시 앞서 가기를 원한다. 이런 욕구가 스스로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불평등은 성장을 자극하는 촉매다. 하지만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국가)의 에너지가 분산되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다.

국가가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수입을 보장한다면 어떨까. 아마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가난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때 사회주의 국가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비례의 원칙’에서 평등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각자의 공헌도에 따라 대가를 달리 받는 것은 어쩌면 정당한 논리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절대적으로 평등한 분배보다 평등한 기회 제공을 강조한다. 평등한 기회 제공을 시스템적으로 잘 갖추는 것은 국가의 주요 책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