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Cover Story] 한국 방문하는 교황…한반도에 평화의 빛 비칠까
“지구상에 문화 역사 철학이 없는 나라는 있어도 종교 없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대 철학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말이다.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의 저자 가이 해리슨에 따르면 세상에는 10만개의 종교가 있고, 신(神)의 수만도 100만이 넘는다. 베르그송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구촌 어디에도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없다. 종교는 물질과 정신 발달의 지대한 공헌자이기도 하다.

종교는 때로 철학적 사유의 씨앗이 되고, 때로는 마음을 다스리는 정신적 지주가 된다. 철학은 유신론과 무신론이 공존하고 부딪치면서 사유의 공간을 넓혀왔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보호 받고 싶어서, 심판이 두려워서, 사후세계를 보장받으려고…. 종교 간 교리가 마찰해도 신을 믿는 이유는 비슷하다.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기복신앙(祈福信仰)은 속세적인 성격이 강하고, 기독교의 천국은 영(靈)에 방점이 찍힌다. 불교의 윤회는 속세와 내세가 맞닿아 있다.

독일의 사상가 훔 볼트는 ‘행복한 사람은 안심하지 않기 위해,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의지하기 위해, 불행한 사람은 굴복하지 않기 위해 각각 신앙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모든 사람은 신앙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역사에는 종교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도 많다. ‘종교적 성스러움’이란 초심을 잃고 영토 확장이나 상업적 판로 개척 등 속세적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십자군 전쟁, 속세의 장사꾼 논리로 변질된 면죄부 판매, 종교라는 명분으로 자행된 인류의 끔찍한 범죄 마녀사냥은 대표적인 종교의 어두운 그림자다.

역사는 종교가 평화와 사랑, 안식과 영생(永生)이라는 빛을 던져주지만 때로는 갈등과 전쟁의 빌미가 됐음을 보여준다. 종교 갈등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4일부터 18일(4박5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지난해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의 벗’으로 불리며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교황이 지구촌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을 방문,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단순히 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행운과 축복이 찾아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의 햇볕이 더 따뜻해지기를 기대한다.

4, 5면에서 ‘종교의 빛과 그림자’를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교황 방한의 의미 등을 구체적으로 공부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