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경제학
경제학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적으면 떨어진다. 공급도 마찬가지로 본다. 환율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환율은 외환 거래량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금본위제란 금화를 직접 사용하거나, 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을 기준으로 실제 통화량을 일치시키는 화폐제도를 말한다. 금을 1조원어치 보유하고 있다면 국가의 전체 통화량은 1조원을 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 제도는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브레튼우즈 체제
1944~1971년까지 유지된 국제통화 체제를 말한다. 금태환 제도를 확립한 시대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즈음 미국 등 44개국은 전쟁 후 세계의 금융질서를 어떻게 만들지 회의를 열었다. 브레튼우즈에 회의장이 마련됐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 금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최고 부자 나라였고 군사력 또한 최강이던 때여서 각국 대표들은 미국 달러를 큰 형(기축통화)으로 모시기로 합의했다.
2차대전 중 유럽은 지리멸렬했고 화폐가치는 그야말로 휴지였다. 일본 등 아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재건을 위해 각국은 환율 기준점이 필요했다. 금 1온스(28.35g)당 35달러를 기준으로 삼았다. 35달러를 가져오면 언제든지 금 1온스로 바꿔주기로 했다는 의미다. 자연스럽게 세계 시장은 달러를 결제통화로 하고, 무역을 했다. 기준 통화가 있으면 세계가 안정된 통화가치 아래 자유무역을 할 수 있다. 각국의 화폐는 달러에 맞춰 정해졌다. 미국은 각국이 사용할 달러를 발권력을 통해 공급했다. 달러 이전에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으나 주로 금으로 무역을 결제했다.
문제는 1960년대 미국의 누적된 무역적자로 인한 금 부족에서 불거졌다. 달러가 넘쳐난 반면 보유 중인 금은 그 액수에 대응하지 못했다.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여러 나라가 미국을 의심했다. 이들 나라가 달러를 가져와 금으로 바꿔 달라고 하자,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종식을 선언했다. 1971년 여름 미국 닉슨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태환 정지다.
스미스소니언, 킹스턴 체제?
‘닉슨 쇼크’ 이후 ‘스미스소니언 체제’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등 10개국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모여 금 1온스당 가격을 38달러로 재조정했다. 브레튼우즈체제때보다 달러가치를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문제점을 낳았다. 환율이 고정돼 있으니 무역수지적자가 커지더라도 환율이 이를 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1달러당 2000원이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1000원이었던 것. 1달러당 500원이 돼야 하는데 1000원에 머문 상황도 같다. 결국 2년 만에 이 체제는 붕괴되고 세계는 변동환율제로 들어갔다.
1976년 변동환율제로 들어간 것을 ‘킹스턴 체제’라고 부른다. 변동환율제는 통화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변하는 환율 체제다. 시장 자율로 환율이 결정되는 데 초점을 맞춘 킹스턴 체제는 그러나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미국은 1985년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무역흑자국인 독일과 일본에 대해 각각 마르크화와 엔화가치를 올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플라자호텔에서 선진 10개국 재무장관들이 모여 합의한 이 협정을 플라자협정이라고 한다. 플라자협정 이후 일본의 엔화가치는 달러당 200엔에서 100엔대로 크게 올랐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트리핀 딜레마
어떤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근본적으로 어떤 딜레마를 안고 가야 한다. 즉, 기축통화가 되려면 그 통화를 찍어 전 세계에 뿌리거나 무역적자를 통해 거래국에 통화를 공급해야 한다. 그 나라 통화의 남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것은 기축통화국의 역할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화폐 자체의 근본 역할 면에선 문제다. 반대로 미국이 장기간 흑자를 유지하면 달러 가치는 안정되겠지만, 세계 경제는 나빠질 것이다. 미국 달러는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처음으로 주장했다.
J-커브 효과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화폐가치를 낮추는 정책을 쓰면 일시적으로 무역수지가 더 나빠지지만, 장기적으로 환율 인상 효과로 수출이 늘어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설명하는 것이 J-커브 효과다. 환율은 우리가 자유무역을 하는 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봐도 된다.
환율 결정은 어떻게…빅맥가격 차이 따라…이자율 차이 따라
구매력 평가설과 이자율 평가설은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구매력 평가설은 한국에서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 가격과 미국 맥도날드 빅맥 가격을 비율로 계산해본다. 가격 차이가 곧 환율이다. 미국 햄버거가 1달러인데, 한국에서 1500원이면 환율은 1 대 1500원이 된다. 일물일가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즉, 물가 수준이 환율 차이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자율 평가설은 화폐의 가격인 이자를 이용한다. 나라마다 이자가 있다면 차이가 발생한다. 어떤 나라의 이자가 높다면 높은 이자를 벌어들이기 위해 이 나라에 외국 통화가 유입된다. 한국의 금리가 좋아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 달러는 풍부해지고, 한국 돈을 사려는 사람들도 귀해진다.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떨어진다(원화 통화가치 상승).
토빈세는 변동환율제에서 성행하는 투기적 자본 이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세금이다. 변동환율제에서는 환율이 빠르게 움직인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환율시장에 뛰어들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들이 많다. 이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환율시장이 요동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의 제임스 토빈(James Tobin) 교수가 제안해서 이름 붙여졌다. 세금을 물리면 이익이 줄어 핫머니가 금융시장을 교란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