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탄생 450년
셰익스피어는 호메로스, 단테, 괴테와 함께 서양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힌다. 이 한 문장을 통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지 알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지위는 ‘비극’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라는 ‘4대 비극’이 없었다면 과연 그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예’라고 말하긴 어렵다. 물론 4대 비극 이외의 수많은 작품이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세대를 이어가며 무대에 올려졌으며 수많은 연구논문을 낳았다. 복수, 권력, 사랑, 질투 등을 풍부한 식견과 언어로 녹여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햄릿 - 아버지 죽음에 대한 복수가 부른 참극
1604년 완결판이 간행된 작품이다. 무대는 덴마크. 햄릿은 이 나라 왕의 아들로 나온다. 비극은 언제나 가족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햄릿’에서도 마찬가지다. 왕인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죽는다. 왕이 죽자 왕비인 거트루드는 죽은 왕의 동생(시동생) 클로디어스와 재혼한다. 왕위는 햄릿이 아니라 클로디어스에게 넘어간다.
어느 음침한 날, 엘리노어 성(城)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죽은 왕의 모습을 띤 유령을 본다. 보초병은 곧바로 햄릿에게 보고를 한다. 햄릿은 그 유령을 만난다. 유령을 통해 아버지가 클로디어스에 의해 독살됐음을 알게 된다. 망령이나 유령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햄릿은 복수를 결심한다.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까”를 고민한 주인공은 미친 척하기로 한다.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미쳤다? 훌륭한 설정이었다.
주인공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클로디어스를 흔들어 보기 위해 우리의 햄릿은 국왕 살해를 주제로 연극을 해 보인다. 연극을 본 주인공의 원수는 화들짝 놀란 채 자리를 뜬다. “아니 저 자식이 어떻게 알았지?” 그런 심정이었을까. 심증을 굳힌 햄릿은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나 아뿔싸, 그가 죽인 사람은 왕과 너무도 비슷한 재상 플로니어스. 햄릿이 사랑한 여자, 오필리아의 아버지오필리아스는 아버지의 죽음에 미쳐 죽는다. 줄초상이다.
낌새를 챈 왕은 햄릿을 죽이기 위해 잉글랜드로 보낸다. 아~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오필리아의 오빠인 레이티스는 아버지와 여동생이 햄릿 때문에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햄릿을 죽이려 한다. 왕은 잘 됐다 싶어 햄릿과 레이티스 간 검술경기를 주선(?)한다. 레이티스는 독검과 독주를 준비한다. 셰익스피어는 여기에 또다시 죽음을 설치해놓는다. 왕비가 우연히 독주를 마시게 되고 햄릿과 레이티스는 둘 다 독검에 찔려 서서히 죽게 된다. 왕은 어떻게 됐을까. 햄릿은 온 힘을 다해 독검으로 왕을 죽인다. 복수+복수=비극이다.
맥베스 - 권력욕에 눈이 먼 한 인간의 연쇄살인
맥베스는 던컨왕 밑에 있는 장군이다. 맥베스는 뱅코장군과 함께 반군을 진압하고 돌아오다 세 마녀를 만난다. 마녀들은 솔깃한 예언을 한다. “맥베스는 코도어 영주가 된 뒤 훗날 왕이 되고, 뱅코의 자식들은 대대로 왕이 된다.” 하여간 마녀는 늘 이래요. 왕궁으로 행군하던 중 전령이 두 장군에게 와 “맥베스가 코도어 영주로 임명됐다”고 전한다.
간이 부은 맥베스는 격려차 자기 성(城)으로 찾아온 던컨왕을 살해한다. 결국 왕이 된 맥베스는 뱅코장군의 자식들을 제거하려 한다. 뱅코 장군은 살해되고 그의 자식들은 영국으로 도피한다. 죄를 많이 지은 맥베스는 충신 맥더프의 아내와 자식까지 죽이는 등 점점 난폭해진다. 잇따른 살인을 거들었던 아내는 자살하고 맥베스는 신하들의 충성심을 잃고 더욱 타락한다. 던컨왕의 아들과 맥더프는 힘을 합쳐 맥베스를 친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한 인간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을 죽이이게 되는지 보여준다.
리어왕 - 시험말라 누가 아버지를 더 사랑하는지
리어왕은 영국 백성이 칭송하는 군주로 나온다. 그에게 딸 셋이 있다. 그는 세 딸에게 나라를 나눠주기 전에 시험한다. “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하는가”라는 논술형(?) 문제를 낸다. 첫째와 둘째는 온갖 립서비스를 한다. 왕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막내는 “딸로서 사랑해야 할 만큼 아빠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화가 난 리어왕은 첫째와 둘째에게 땅을 나눠주고 막내 코델리아와 인연을 끊고 프랑스 왕에게 시집을 보내버린다. 충신들이 말리지만 소용이 없다.
장면이 살짝 바뀌어, 충성스런 신하인 클로스터 백작에겐 의붓아들인 애드거와 친 아들인 애드먼드가 있다. 첫째와 둘째 공주 모두 매력적이게 생긴 애드먼드를 좋아한다. 애드먼드는 욕심으로 애드거를 내쫓고 아버지마저 추방한다. 애드먼드와 사랑에 빠진 두 딸은 리어왕을 홀대하고 광인으로 만든다. 리어왕은 폭풍우 속에서 광야에서 헤맨다.
프랑스에서 소식을 들은 막내딸이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와 아버지를 구한다. 아버지는 후회한다.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영국군에 패배하고 막내딸은 포로로 잡힌다. 둘째 딸은 애드먼드를 독차지 하기 위해 언니를 독살한다. 곧이어 둘째 딸도 자살한다. 리어왕은 애드먼드가 자신과 막내딸에게 자객을 보낸 것을 알고 애드먼드를 먼저 죽인다. 리어왕은 막내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귀여운 막내딸은 자객에게 희생되고 만다. 가족 간에도 잘못된 사랑게임이 있다는 비극이다.
오셀로 - 질투가 부른 죽음의 그림자
정식 작품명은 ‘베니스의 무어인 오셀로의 비극’이다. 베니스 공국의 원로 브라반쇼는 매우 아름다운 딸 데스데모나가 있다. 또 충성으로 똘똘 뭉친 흑인장군 오셀로도 곁에 있다. 비극은 데스데모나가 ‘흑형’을 사랑하면서 빚어진다. 아버지의 반대? 물론이다. 하지만 둘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다. 곧 전쟁이 나고 오셀로는 아내와 함께 떠난다. 오셀로 장군에게 이아고라는 부하가 있다. 그는 당연히 오셀로 장군의 부관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캐시오가 부관이 되자 질투와 분노를 느낀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를 짝사랑하는 남자와 복수를 기획한다.
이아고는 아내를 시켜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선물로 사준 손수건을 입수한다. 이아고는 비겁하게도 그 손수건을 캐시오 부관 방에 슬쩍 떨어뜨려 놓는다. 몹쓸 놈의 이아고~. 이아고는 벌써 캐시오와 데스데모나 사이에 ‘썸’이 있고, 부정한 관계라는 의심을 심어놓은 터다. 우리의 오셀로 장군은 의부증을 갖는다. 오셀로 장군은 캐시오 방에서 아내의 손수건을 발견하고, 부정한 관계를 확신한다.
눈이 획 돈 장군은 침대에서 아내를 죽인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지만 일이 이미 벌어진 뒤다. 장군은 슬픔과 회환 속에 절망한다. 마침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아내 곁으로 간다. 이아고는 정의의 칼에 잔혹하게 처형된다. 질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