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4 ~ 1616 William Shakespeare
[Cover Story] 셰익스피어 탄생 450년…시대 초월한 '고전의 모델'
실존주의 선구자 프리리히 니체(1844~1900)는 그의 자서전에서 스스로를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사람’에 비유했다. 자신의 철학적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흠뻑 묻어나는 말이다.

그의 호언(?)대로 니체는 죽은 뒤 더 유명해졌다. 현대 철학자의 절반은 니체 덕에 먹고산다는 말이 나올 만큼 니힐리즘(허무주의), 실존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사상은 후대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체가 후대에 더 유명해진 철학자라면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여전히 살아숨쉬는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다.

영국의 16세기를 빛낸 여왕 엘리자베스 1세(재위기간 1558~1603)가 ‘인도를 다 준다해도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의 문학적 가치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의 극작가였던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는 당대뿐 아니라 만세(萬世)에 통용되는 작가”라고 극찬했다.

그의 예언대로 19세기 초 낭만파 시인·비평가들의 재평가로 그의 문학적 향기는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영어로 쓰여진 그의 작품은 더 이상 영국의 전유물이 아닌 세계인의 공유문학이 된 것이다.

4대 비극으로 불리는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등 37편에 달하는 그의 희곡은 때로는 책으로, 때로는 무대에서 세상을 울리고 웃겼다. 그가 만든 무대는 인간사의 축소판이었다.

권력과 욕망, 시기·질투로 물든 역사와 삶을 담았고, 애절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도 그렸다. 재담·익살·해학 등 희극 고유의 재능 역시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는 신이 내려준 언어의 마술사였다. 그 마술로 인간의 허위를 꼬집고, 깊숙이 틀어박힌 양심을 끄집어 냈다. 인간 본성의 선과 악을 조명하고, 인간에 내재된 비극적 요소를 거리낌 없이 들춰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그의 탄생 450년을 넘어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고전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이유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의 작품 햄릿에 나오는 명대사다. 셰익스피어는 ‘명언 제조기’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쏟아낸 주옥 같은 명구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삶에 깨달음을, 글쓰기에 영감을 준다. 현대의 문학은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당대에 반짝한 철학자나 문학가는 많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빛을 더 발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인류가 셰익스피어라는 ‘거목’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4, 5면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와 그의 문학사적 의미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