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먹이사슬 '관피아'
이런 질문을 떠올려 보자. 공직자는 과연 공익(公益)을 위해서만 일할까?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공직자는 모름지기 그래야지.” 하지만 공공선택론이란 다소 생소한 학문적 시각에서 보면 대답은 “글쎄”로 바뀐다.공공선택론은 ‘공직자도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즉 사익(私益)을 위해일한다’고 지적한 이론이다.‘공직자의 사익추구’는 그들의 도덕심이 원초적으로 엉망이어서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로부터의 금력이나 권력의 유혹, 유착, 이익단체의압력, 규제권 행사로 인해도덕심이 약화된 탓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공직자도 사익 추구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 부처와 관련 업계 간 부패사슬이 도마에 오르면서우리는 “왜 이들은유착됐나”를 묻게 된다. 머리 속에 오가는 흐릿한 생각을 정리하려면몇몇 정치경제학적 분석틀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논리와 시각을 갖고남들과 다른 지적(知的) 설명을 내놓을수 있게 된다.
공공선택론으로 좀 더 설명해보자. 공공선택론은 근대경제학적 시각에서 정치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정부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정부 공직자들도 자기 이익을 고려한다’는말은공직자에겐 부끄럽게 작용한다.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로선 인정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공공선택론으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 교수는‘정부 실패’의 원인을 여기서 찾는다. 그는 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은 정책이나 법을 만들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에게 유리한방향이란 퇴직 후 갈 자리를 늘리거나, 산하 업계의 뒤를 봐주거나, 규제를 만들어 영향력을 늘리는 행위 등을 말한다.국민에게 더 좋은 행정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회를 만들거나, 이익단체를 지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참사 후 드러나고있는유착관계도 사익 추구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선주협회 고위직이나 관련업계 임원 자리를 전직 관료들이 꿰찰 수 있었던 것도관료들이 현직 때뒷배를 봐주거나, 지원법을 제정해준 덕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비리관계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에게도 적잖게 발견된다.
관료 개입이 원인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큰 정부와 규제만능주의가 원인일 수 있다. 큰 정부란 단순히 정부의 크기나 공무원 수(數)의 많음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큰 정부란, 관료들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있는 규제가 많거나, 지키기 어려운 법규를 많이 만들어관료의 힘이 비대해진 정부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규제의 대상이 되는 사기업이나 개인들은 생리적으로 관료들에게로비용 뇌물을 줘야 한다. 사기업이나 개인의 도덕심이 낮을 경우, 이런 거래비용은 더 늘게 돼 있다. 구조적으로 관료와 민간 간 부패사슬이 견고하게 자리잡게 된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일자리를 주거나, 민간협회 임원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격 통제는 그런 규제 중 하나다. 운임료나 각종 식음료의 가격을 물가 안정이라는 이유로 통제하면 이윤을 맞추기 위해 민간업체들은 불법, 탈법으로 내몰린다.그래서 일각에서는 안전도 비용인 만큼 참사의 근원을 이런 경제적 요인 분석에서 찾아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권 부여하는 규제
포획이론도 우리의 시각을 넓혀준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 교수가 1971년 발표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경제주체들이 이익집단을 형성해 정부를 설득, 자기들에게 유익한 각종 규제정책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를 무조건적으로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의 규제를 내면적으로 환영해 이를 이익 창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띤 산업 분야에서 정부는 이익집단의 그럴듯한 주장과 설득에 넘어가(사로잡혀) 이익집단의 의도대로 규제정책을 펴기 쉽다는 뜻에서 ‘포획이론’이라는 말이 쓰여졌다. 가령 선박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선박검사 기준을 업계의 요구대로 낮춰줬을 가능성을 제기해 볼 수있다. 정부 관료들의 지식 부족이 엉뚱한 결과를 낳는 셈이다.
요즘 들어 유착관계를 끊기 위해 많은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퇴직하자마자 해당 업종에 재취업할 수없도록 기간을설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정부가 비대해지고, 규제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개입 가능성과 관료들의 사익 추구를 막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부패행위는 부패를 요구하는 수요자와 부패를 공급하는 공급자가 있게 마련이다.이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정부다. 정부가 휘두를 수 있는 규제가 많을수록 유착과 부패의 수요, 공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자의 외침 경쟁이 사라지면 혁신도 사라진다…절대권력은 절대 부패
영국의 정치철학자 액튼경은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말했다. 권력 개입이 늘수록, 국가개입이 많을수록 부패지수는 높아진다는 의미다. 우리는 흔히 국가가 기업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액튼경의 지적은 그 반대임을 강조한다.
이런 논리를 강조하는 것이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는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중앙계획 경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사회는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관료주의의 병폐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과도한 권한이 관료에게 부여될 때 결과가 좋아지기는커녕나빠진다는 게 역사의 증언이다.
자유주의는 경쟁을 통한진화를 주창한다. 기업의 서비스가 나아지게 하려면, 기업이 안전에 투자하게 하려면, 기업끼리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 의해 독점권이 부여된다면,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세월호 노선도 바로 이런 독점권에 의해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주의는 시장의 창조적 파괴를 선호한다. 사고를 내거나, 소비자의 눈밖에 난 기업이나 서비스, 제품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기술과 가치를 지닌 기업가가 들어오길 바란다. 세월호와 같은 연안여객 사업이 경쟁적이었다면 좋은 배로,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나타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개입이 강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전형적인 예가 세월호 사건이라고 보면된다.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 애덤 퍼거슨, 미제스, 하이에크,밀턴 프리드먼등이 대표적인 자유주의자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