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의 두 얼굴
[Cover Story] 삼계탕은 추어탕의 대체재…휘발유는 자동차의 보완재
경제용어로 풀어본 민영화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 또는 수요를 결정하는 변수들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는 수급이 가격을 좌우하지만 재화나 서비스의 형태, 다른 제품들과의 연계성 등도 가격·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 제품은 그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지만, 일부 제품은 가격이 하락하면 오히려 수요량이 줄어들기도 한다.

대체재-비슷한 효용의 재화

재화 중에서 동일한 효용을 주는 서로 다른 재화를 대체재(substitute goods)라고 한다. 경쟁재라고도 불린다. 예를 들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버터와 마가린, 커피와 차, 라면과 짜장 등은 대체재 관계다. 한 재화의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줄면 대체재의 수요는 증가한다. 경제학적으로는 다른 재화의 가격변동에 대한 해당 재화의 수요변동의 민감도를 의미하는 교차탄력성이 양(+)이면 대체재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어떤 재화에 대체재가 있는 경우에는 그 상품의 가격 독점력이 약해진다. 가격에 부담을 느끼면 소비자들이 언제든 대체재로 눈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최근 파업으로 혼란을 야기했던 철도도 버스나 택시 지하철 등이 대체재다. 버스나 택시, 지하철이 없을 경우 모든 승객이 철도만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파업의 영향력은 훨씬 커진다. 운송 수단의 독점력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재화의 대체재가 많으면 가격결정권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보완재-짝을 맞춰야 쓸모

재화 중에서 동일 효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함께 사용하는 두 재화를 보완재(complementary goods)라고 한다. 협동재라고도 부른다. 이들 재화는 따로 소비할 때의 효용의 합계보다 두 재화를 함께 소비했을 때의 효용이 증가한다. 예를 들면 커피와 설탕, 펜과 잉크, 바늘과 실, 버터와 빵, 자동차와 휘발유, 컴퓨터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이다. 피자와 맥주, 맥주와 땅콩 등도 좀 느슨한 형태의 보완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보완관계에 있는 두 재화는 하나의 수요가 증가하면 다른 하나의 수요도 증가하고, 하나의 가격이 오르면 두 재화의 수요가 동시에 감소한다. 커피와 설탕을 예로 들면 커피 수요가 증가하면 이에 따라 설탕의 수요도 늘어난다. 또 설탕값이 급등하면 커피 수요는 줄어든다. 물론 요즘은 커피와 설탕이 한덩어리로 묶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보완적 관계가 좀 애매한 경우도 많다. 영상회의와 대면회의도 관계가 애매하다. 영상회의는 대면회의의 대체재지만 영상회의를 하다보면 직접 얼굴을 만나서 회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휘발유와 자동차의 경우는 보완관계가 더 뚜렷하다.

기펜재-가격 하락시 수요 감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를 기펜재(Giffen’s goods)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재화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지만 일부 재화는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기도 하다. 전자를 정상재(normal goods)라 하고, 후자를 열등재(inferior goods)라고 한다.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재화가격은 그대로이나 가계의 명목소득이 늘어날 때와 명목소득은 그대로인데 재화가격 하락으로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기펜재는 명목소득은 그대로인 채 재화가격이 하락할 때, 그것에 대한 수요량이 오히려 감소하는 재화를 말한다. 즉, 기펜재는 가격이 하락할 때 오히려 수요량이 감소하는 특수한 열등재이다.

따라서 기펜재가 되기 위해서 그 재화는 반드시 열등재이어야 하나, 열등재라고 해서 모두 기펜재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기펜재로는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주식을 들 수 있는데, 이 경우 주가가 상승함에도 수요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펜재의 수요곡선은 우상향한다.

베블런재-과시하고 싶은 욕구


이른바 ‘명품의 경제학’이 적용되는 재화가 베블런재(Veblen goods)다. 베블런재는 사람들의 선호가 가격형성에 직결되고,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선호도가 높아지는 재화를 일컫는다. 초고가 제품은 이를 살 수 있는 수요가 제한된다. 반대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재화의 구입으로 스스로 부(富)를 과시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보통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일부 재화의 경우 슈퍼부자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높은 지위가 연상되는 상품들, 즉 아주 비싼 와인이나 향수와 같은 사치재는 일종의 베블런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 가격이 하락하면 이들이 더 이상 높은 지위를 연상시키거나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부를 과시하고 싶은 일부 소비자들은 오히려 구매를 꺼린다.

민영화된 대표적 기업들 포항제철→포스코, 한국통신공사→KT, 담배인삼공사→KT&G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여년간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됐다. 교과서 전문출판업체로 1952년 국무회의 의결로 설립된 국정교과서는 1999년 국영기업 민영화 작업의 하나로 대한교과서주식회사에 합병됐다. 국정교과서의 민영화는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이 크게 늘어나는 주요 계기가 됐다. 철강산업에 큰 획을 그은 포항제철은 2000년 민영화되면서 사명이 현재의 포스코로 바뀌었다. 통신업계의 대표적 기업인 KT는 한국통신공사가 2002년 민영화되면서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한 회사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2002년 민영화되면서 사명이 KT&G로, 한국중공업 역시 민영화되면서 회사 이름이 두산중공업으로 바뀌었다. 민영화와 함께 사명을 바꾸는 것은 인수 주체 회사의 그룹 이미지 통일과 새출발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영화가 됐지만 공기업 당시의 사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공기업이었던 고속도로관리공단은 2002년 계룡건설에 매각됐지만 사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 대한송유관공사, 한국종합화학도 민영화됐지만 사명은 바꾸지 않았다. 이는 기존의 사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의 코레일 파업에서 보듯 우리나라 공기업의 민영화는 항상 논란거리였다. 시대적 추세에 부응하고 민간에 경영권을 넘겨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과 국가의 기본산업이 대부분인 공기업의 민영화로 자칫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왔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