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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물 사용률 17% 뿐
서울 신길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내년 1월1일부터 그동안 써온 지번 주소 대신 도로명 주소를 전면 사용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영등포구청으로부터 받은 이후다. 김씨는 “치킨집 도로명 주소도 모르는데 단독주택이 많은 지역 특성상 새 주소로 주문을 받으면 배달이 여의치 않다”며 “인터넷에서 일일이 지번 주소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 주소로 인해 국민 불편과 혼란이 상당 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3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 주소 평균 사용률은 17.7%다.

기존 지번 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함께 적은 우편물을 포함한 비율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2011년 7월 도로명 주소를 공식 발표한 이후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지만 평균 사용률은 2011년 11월(9.2%)에 비해 8.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도로명 주소만 기재한 우편물은 전체의 9.5%였다.

정부의 ‘전면 시행’이라는 방침도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도로명 주소가 전·출입, 출생·사망, 혼인·이혼 등 각종 민원 신청 때는 공식 주소로 적용되나 주택 매매·전세 계약서와 개인 간 우편물 등에는 지번 주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명 주소는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도로를 따라 주택·건물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매긴 주소다. 정부는 1910년 일제의 토지조사로 붙인 토지 번호 중심의 지번 주소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1996년부터 도로명 주소 도입을 준비해 왔다. 지금까지 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3907억원에 이른다.

오랜 준비와 예산 투입에도 도로명 주소 사용이 혼란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정부가 지번 주소에 대한 의식 전환 캠페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도로 중심으로 계획적으로 건설된 외국 도시와 달리 구릉지역에 집들이 있어 골목이 많은 국내 도시 특성상 도로명 주소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