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60년
[Cover Story] 채권·주식·환율·금리…자본시장을 읽는 키워드들
키워드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어다. 논술에서 글을 쓸 때도 키워드는 매우 중요하다. 키워드가 잘 정리되면 글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쓰기도 훨씬 편해진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핵심어를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원리를 이해하는데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금융시장이나 자본시장도 기본 용어를 잘 이해하면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경제신문을 읽으려면 경제 관련 용어 숙지가 중요하다. 자본·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용어들을 정리한다.

#주식…주식회사 자본의 단위

주식은 주식회사의 자본을 이루는 단위다. 주식회사는 자본단체이므로 자본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사원인 주주의 출자가 바로 자본이다. 따라서 자본을 구성하는 분자로서의 금액이라는 의미와 주주의 회사에 대한 권리·의무의 단위인 주주권으로의 뜻이 함께 있다. 소수의 주주들만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다수의 불특정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기업공개라고 한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결국 주주이며, 주주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에 비례해 주주로서의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이런 주식을 사고파는 시장이 바로 증권시장이다. 주식의 가치인 주가는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의 실적(매출·영업이익·순이익)에 따라 결정되지만 국가 경제, 해외 경제, 시중에 돈이 풀린 정도(유동성), 정치적 리스크 등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채권…기업들의 빚 문서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은행 등 금융권에서 직접 돈을 빌리는(대출) 것이다. 이 경우 담보를 제공하면(담보대출) 금융권에서는 회수의 안전성이 높아지므로 상대적으로 금리는 낮아진다. 둘째는 주식발행이다. 상장회사들은 매년 수조원의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셋째는 채권 발행이다. 채권은 빚을 빌리는 조건(금액·금리·만기)이 명시된 일종의 ‘빚 문서’다. 기업 신용이 우량하거나 담보가 있으면 채권금리는 하락한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값이 강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시장이 강하다로 표현된다. 또한 채권금리 상승은 발행의 주체인 기업으로서는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CDS 프리미엄…보증수수료

CDS(Credit Default Swap)는 부도 위험을 사고파는 신용파생상품이다. CDS는 업체가 파산해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채무자가 부도 위험을 따로 떼어내 거래하는 것이다. 채권자는 수수료 개념의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채무 불이행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부도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파산 도미노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부도 위험이 크면 그만큼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지난 몇 년간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국가나 기업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공매도…없는 주식을 판다?
증권시장에서 공매도(short selling)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판다는 뜻이다. 증권사에서 없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팔고 나중에 해당 주식수만큼을 다시 사서 되갚는 매매기법이다. 증시의 유동성을 강화하고 주식 하락에 따른 위험리스크를 분산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따라서 공매도로 수익을 올리려면 빌려서 판 시점보다 되갚는 시점에 주가가 더 하락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는 공매도로 오히려 손실이 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11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증시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시켰다가 최근 다시 허용했다.

#캐리트레이드…고수익을 좇다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는 저금리로 조달된 자금으로 다른 국가의 특정 유가증권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즉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빌린 돈으로 수익이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것으로, 금융기관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미국의 장기채권이나 석유·금·구리 등 국제 원자재상품이나 신흥시장의 증시 등에 투자한다. 투자 성공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반면 위험 역시 크다.

#ETF…증시에 상장된 펀드

주식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 리스크 역시 크다. 따라서 직접 주식 투자를 주저하는 사람들은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는 전문가들이 가입자들의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 이익금을 나눠주는 구조다. 하지만 수수료 부담이 크고, 현금으로 되찾으려 할 때 일정한 제한이 따르는 것이 단점이다. 이를 보완한 것이 ETF(Exchange Traded Fundsㆍ상장지수펀드)다. ETF는 증시에 상장된 펀드로,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싸고 돈이 필요할 땐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달콤한 유혹' 기업어음…CP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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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Commercial Paper)는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무담보 어음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어음이라고 부르며 금리자율화 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금융시장 실세금리 수준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주로 금융회사가 이를 인수해 일반 고객에게 팔고 있다. 어음기간에는 제한이 없으며 이자율은 연 40% 이내에서 발행기업의 신용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CP는 공시의무나 한도제한 등이 없어 우량기업에는 단기자금을 마련하는 데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고통을 잊기 위해 대증적으로 처방하는 모르핀처럼 기업들이 자금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CP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한계기업에는 유동성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 또한 기업어음이다. 올 들어 동양그룹이나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은 만기가 돌아온 CP를 갚지(상환) 못했기 때문이다. CP는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허술해 ‘현금 도깨비 방망이’ 역할을 하고 있다. 느슨한 규제로 인한 편의성으로 CP 발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돈이 필요한 기업은 거래 은행에서 용지를 받아 어음용지를 작성한 뒤 오전 중 증권사에 넘기면 오후에 현금을 받을 정도로 자금 조달속도가 빨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CP 발행잔액은 현재 15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언제든지 쉽게 현금을 구할 수 있는 CP는 한계기업의 유동성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시한폭탄이었다. 기업에 위기가 닥치면 만기가 된 CP의 차환발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새 CP 만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금융시장 전체에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