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저축은 자본축적…한·중 경제성장 이끈 원동력](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01.7999440.1.jpg)
#급성장 중국, 저축 '최고'
지난 30여년간 연평균 10%대의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의 총저축률(가계+기업+정부의 총저축액을 총가처분소득액으로 나눈 비율)은 얼마나 될까? 중국 통계에 따르면 작년 총저축률은 무려 53%에 달한다. 중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저축의 나라라는 일본과 그에 못지 않았던 한국의 총저축률이 한창 성장기에 40%를 기록,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지만 중국은 한 수 위다.
중국이 높은 저축률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도자 등소평이 1978년 개혁개방 경제를 천명한 이래 국내총생산(GDP)은 급증했다. 최근 중국의 연간 GDP 규모가 약 6조달러인데 저축률 50%를 적용하면 연간 저축규모는 3조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액(수출+수입)이 1조달러인 점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저축돼 있는 셈이다.
저축된 돈은 투자로 이어진다. 기업자금으로 대출되고, 신규 기업이 창업하는 데 투입된다. 사회 간접자본에 투자되거나, 금융산업자금으로 운용돼 중국 금융을 세계화하는 데 쓰인다. 중국 은행들의 총자산액이 2005년 40조위안에서 2010년 말 95조위안(15조달러)으로 늘어난 이유도 기업과 가계의 저축 때문이다.
중국에선 기업이 가계보다 저축을 많이 한다. 이유는 천연자원을 독점하다시피한 국유 기업들은 사기업과 달리 이윤 배당제도를 적용받지 않아 막대한 자금을 사내유보시킨다. 사내유보는 곧 기업의 은행저축을 의미한다. 이런 까닭에 기업 저축률은 1998년 13%에서 2008년 20%로 증가했다.
가계도 미래에 주택을 구입하고,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저축하는 정신이 생겨났다. 경제학자들은 40% 이상의 고저축률이 향후 10년 정도 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경제가 더 성장한다는 얘기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선진국들처럼 성장률 자체는 차츰 낮아지겠지만 고저축을 통한 고투자와 고성장 구조는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저성장 한국, 가계저축 꼴찌
독일, 일본, 한국도 과거엔 고저축률을 자랑했다. 이들 3개국의 총저축률도 1970년대와 1980년대 40%를 오르락 내리락했다. 가계저축률도 높아서 1992년 독일 12.7%, 한국 23.0%, 일본 12.9%에 달했다. 2009년의 가계저축률이 독일 11.3%, 한국 3.2%, 일본이 1%대 미만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20년 전의 저축률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독일은 가계저축이 기업저축보다 훨씬 많은 특징을 띤다. 가계와 기업의 저축을 100으로 봤을 때 가계(2000~2008년 평균)가 74.7%, 기업이 25.3%를 차지했다. 한국은 30.2% 대 69.8%, 일본은 26.7% 대 73.3%다. 이는 독일에서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으로 보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미래를 불안하게 느낀 국민들이 저축을 늘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안좋은 징후는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1992년 23.0%에서 2000년 8.6%, 2006년 4.7%, 2008년 2.6% 등으로 하락속도가 가장 빠르다. 1960년대와 1970~1980년대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했던 장롱 속 통장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는 뜻이다.
우리의 가계저축률이 얼마나 낮은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발표한 ‘국가별 가계저축률과 전망’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OECD 23개국 평균 가계저축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4.0%, 2009년에는 6.6%였다. 조금 늘어난 것은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복지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가계들이 소비를 줄이고 여유자금을 비축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 이제 뉴질랜드(0.3%) 일본(0.8%) 이탈리아(3.4%) 등과 함께 가계저축률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OECD 국가 중 한국처럼 가계저축률이 급격히 하락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저축률은 경제가 한창 성장할 때 높아졌다가 성숙단계에 이르면 소비 증가 등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강하다. 내일의 보상을 위해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참을 수 있는 정신이 이제 사라진 것일까.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나라가 개인빚 갚아주면…열심히 저축한 사람은??
![[Cover Story] 저축은 자본축적…한·중 경제성장 이끈 원동력](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7990868.1.jpg)
반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득의 일정 부분(1만원이든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을 꼬박꼬박 저축하고, 집 살 돈을 아끼고, 먹을 것을 덜 먹고, 입을 것을 덜 입고 저축한 사람이 국가로부터 아무런 상을 받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것일까. 아마도 이들이 낸 세금이 빚 탕감에 쓰인다면 국가는 부정의를 돕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선거기간 중 내건 ‘취약 계층 자활공약’에 따라 올해에만 건국 이래 최대인 60만명 이상에 대해 채무 조정을 해준다는 뉴스다. ‘개인 빚까지 나라가 갚아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10월 말까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등 각종 기관을 동원해 60만2000여명의 개인 채무를 줄여줬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서민 채무 조정이 62만~63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빚을 탕감해 준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더이상 자발적으로 빚을 갚으려 안 한다거나, 빚 상환을 늦추는 경향도 나타난다는 소식이다. 바로 모럴 해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