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인류 문명 진화의 핵심이다. 인류는 에너지를 인간의 이성(지식)과 융합해 지속적으로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에너지는 인류 삶의 패턴을 바꾸고, 인류 문명 진화 속도를 좌지우지했다. 에너지의 역사가 바로 인류 문명의 역사인 셈이다. 석탄 석유 등 에너지는 수많은 전쟁의 빌미가 됐다. 석유가 ‘악마의 눈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도 지구촌은 에너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석유 패권을 차지하려는 싸움,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는 에너지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는 나라가 세계를 재패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불…문명을 지피다
그리스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받은 것은 불이 인간과 신의 한 경계선이었음을 함축한다. 선사시대의 인류는 지능이 발달하면서 화산·산불·번갯불 등 자연 현상으로 생겨나는 불을 이용할 줄 알게 됐다. 불의 기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약 260만~60만년 전의 구석기시대로 추측된다. 신석기시대에는 충격이나 타격에 의해 인류 자신이 직접 불을 일으키는 발화기를 만들어냈다. 인류는 불을 사용하면서 음식물의 조리, 건조·저장이 가능해져 영양 섭취 능력이 향상되고 생활 능력도 크게 확대됐다. 또 점토를 불로 구워 만든 토기가 나오면서 생활기술은 한층 진보했다. 높은 온도에서 금속기구를 만들어내면서 생산성은 놀랄 만큼 향상됐다. 불의 산업적 이용이 시작되고, 근대 산업발달에도 기폭제 역할을 했다.
#석탄…증기기관을 돌리다
석탄이 인류에게 알려진 것은 아득한 옛날이다. 기원전 315년 그리스 문헌에는 석탄을 대장간의 원료로 사용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중국에서는 4세기에 석탄이라는 글자가 나타나고, 12세기 송나라시대에는 석탄을 채굴해 가정용 연료로 이용했으며, 세금도 부과됐다. 유럽의 경우 영국에서는 9세기, 독일에서는 10세기부터 석탄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석탄이 에너지로서 비약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증기기관의 발견이다. 석탄은 산업혁명 이후 오랜 기간 인류의 핵심 에너지원 역할을 했다. 석탄은 20세기 초중반까지 가정·산업현장에서 당당한 가치를 유지했다.
#석유…산업혁명을 꽃피우다
누군가는 석유를 ‘피를 부르는 원료’라고 부른다. 인류에게 더없이 필요한 에너지원이면서 석유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석유는 땅속에서 천연으로 생겨나는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연성 기름이다. 검은 갈색을 띤 액체 그대로를 원유라 하고, 이것을 증류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아스팔트 등을 얻는다. 또한 석유는 나일론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초재료다. 석유가 단순히 동력을 발생시키는 에너지를 넘어 산업에도 큰 혁명을 불러온 것이다. 석유를 둘러싼 패권 전쟁이 여전히 진행형인 이유이기도 하다. 석유 하면 중동이 연상되지만 중동의 유전이 개발된 것은 20세기 중반이고, 그 이전에 전 세계에 석유를 공급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였다. 미국과 러시아가 20세기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석유가 자리했다.
#전기…문명을 환히 밝히다
전기는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그 역사가 짧다. 1882년 에디슨이 전기를 상용화한 이후 130여년의 역사 속에서 전기는 인류의 문명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킨 기폭제였다. 전기 사용 연구에 최초의 줄을 당긴 사람은 1600년 ‘자석에 대하여’를 발표한 영국 왕립학회 윌리엄 길버트다. 이후 200여년 동안 볼타, 앙페르, 외르스테드, 옴, 패러데이 등 위대한 과학자들이 전기를 실용화하기 위한 기초 이론의 바탕을 다졌다. 이런 노력으로 1800년 축전지가 발명되고, 전자유도법칙이 발견돼 전기를 연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발전기가 탄생했다. 에디슨은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진공 전구를 개발했고, 이미 발명된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 의해 상업적 전기의 이용을 가능하도록 했다. 전기를 이용한 축음기, 라디오, TV, 컴퓨터 등 실용 발명들이 이어져 전기 문명은 꽃을 피웠다.
#원자력·태양광·풍력…
원자력은 원자핵의 변환에 따라 방출되는 에너지다. 핵분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은 흔히 ‘제 3의 불’로 불린다. 인류의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히든카드’라는 분석도 많다. 에너지 효율성으로만 따지면 현재로선 원자력이 최고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보여주듯 원전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석유 고갈론이 힘을 얻으면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의 개발이 속력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석유를 대체할 주도적인 에너지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바이오에너지가 ‘애그플레이션’ 주범?
바이오에너지는 식물 유기물 및 동물 유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키면 메탄 또는 에탄올, 수소와 같은 액체·기체연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모든 생물 유기체(바이오매스)를 통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말한다. 옥수수 보리 콩 같은 곡물이나 나무 볏짚 사탕수수 등의 식물이 바이오에너지 주요 재료다. 바이오에너지는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나무 볏짚 등의 당분을 발효시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과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 등에서 식물성 기름을 추출해 만드는 바이오디젤,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배설물 등을 발효시킬 때 만들어지는 메탄가스 같은 바이오가스가 대표적이다.
한편 바이오에너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바이오연료가 국제 식량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람들이 먹어야 할 곡물이 바이오에너지용으로 쓰이면서 식량 공급이 부족해지고 곡물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는다는 얘기다. 농산물가격 상승이 국제적 인플레를 주도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에는 바이오연료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7년 제정된 법에 따라 자국에서 소비하는 석탄에너지 일부를 바이오연료 등 청정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옥수수의 40% 이상이 바이오에탄올 재료로 사용된다. 당연히 옥수수 공급이 빡빡해지고, 동물사료도 부족한 상황이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에서는 바이오연료가 효율성이 낮은데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장려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불…문명을 지피다
그리스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받은 것은 불이 인간과 신의 한 경계선이었음을 함축한다. 선사시대의 인류는 지능이 발달하면서 화산·산불·번갯불 등 자연 현상으로 생겨나는 불을 이용할 줄 알게 됐다. 불의 기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약 260만~60만년 전의 구석기시대로 추측된다. 신석기시대에는 충격이나 타격에 의해 인류 자신이 직접 불을 일으키는 발화기를 만들어냈다. 인류는 불을 사용하면서 음식물의 조리, 건조·저장이 가능해져 영양 섭취 능력이 향상되고 생활 능력도 크게 확대됐다. 또 점토를 불로 구워 만든 토기가 나오면서 생활기술은 한층 진보했다. 높은 온도에서 금속기구를 만들어내면서 생산성은 놀랄 만큼 향상됐다. 불의 산업적 이용이 시작되고, 근대 산업발달에도 기폭제 역할을 했다.
#석탄…증기기관을 돌리다
석탄이 인류에게 알려진 것은 아득한 옛날이다. 기원전 315년 그리스 문헌에는 석탄을 대장간의 원료로 사용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중국에서는 4세기에 석탄이라는 글자가 나타나고, 12세기 송나라시대에는 석탄을 채굴해 가정용 연료로 이용했으며, 세금도 부과됐다. 유럽의 경우 영국에서는 9세기, 독일에서는 10세기부터 석탄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석탄이 에너지로서 비약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증기기관의 발견이다. 석탄은 산업혁명 이후 오랜 기간 인류의 핵심 에너지원 역할을 했다. 석탄은 20세기 초중반까지 가정·산업현장에서 당당한 가치를 유지했다.
#석유…산업혁명을 꽃피우다
누군가는 석유를 ‘피를 부르는 원료’라고 부른다. 인류에게 더없이 필요한 에너지원이면서 석유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석유는 땅속에서 천연으로 생겨나는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연성 기름이다. 검은 갈색을 띤 액체 그대로를 원유라 하고, 이것을 증류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아스팔트 등을 얻는다. 또한 석유는 나일론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초재료다. 석유가 단순히 동력을 발생시키는 에너지를 넘어 산업에도 큰 혁명을 불러온 것이다. 석유를 둘러싼 패권 전쟁이 여전히 진행형인 이유이기도 하다. 석유 하면 중동이 연상되지만 중동의 유전이 개발된 것은 20세기 중반이고, 그 이전에 전 세계에 석유를 공급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였다. 미국과 러시아가 20세기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석유가 자리했다.
#전기…문명을 환히 밝히다
전기는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그 역사가 짧다. 1882년 에디슨이 전기를 상용화한 이후 130여년의 역사 속에서 전기는 인류의 문명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킨 기폭제였다. 전기 사용 연구에 최초의 줄을 당긴 사람은 1600년 ‘자석에 대하여’를 발표한 영국 왕립학회 윌리엄 길버트다. 이후 200여년 동안 볼타, 앙페르, 외르스테드, 옴, 패러데이 등 위대한 과학자들이 전기를 실용화하기 위한 기초 이론의 바탕을 다졌다. 이런 노력으로 1800년 축전지가 발명되고, 전자유도법칙이 발견돼 전기를 연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발전기가 탄생했다. 에디슨은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진공 전구를 개발했고, 이미 발명된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 의해 상업적 전기의 이용을 가능하도록 했다. 전기를 이용한 축음기, 라디오, TV, 컴퓨터 등 실용 발명들이 이어져 전기 문명은 꽃을 피웠다.
#원자력·태양광·풍력…
원자력은 원자핵의 변환에 따라 방출되는 에너지다. 핵분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은 흔히 ‘제 3의 불’로 불린다. 인류의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히든카드’라는 분석도 많다. 에너지 효율성으로만 따지면 현재로선 원자력이 최고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보여주듯 원전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석유 고갈론이 힘을 얻으면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의 개발이 속력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석유를 대체할 주도적인 에너지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바이오에너지가 ‘애그플레이션’ 주범?
바이오에너지는 식물 유기물 및 동물 유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키면 메탄 또는 에탄올, 수소와 같은 액체·기체연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모든 생물 유기체(바이오매스)를 통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말한다. 옥수수 보리 콩 같은 곡물이나 나무 볏짚 사탕수수 등의 식물이 바이오에너지 주요 재료다. 바이오에너지는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나무 볏짚 등의 당분을 발효시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과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 등에서 식물성 기름을 추출해 만드는 바이오디젤,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배설물 등을 발효시킬 때 만들어지는 메탄가스 같은 바이오가스가 대표적이다.
한편 바이오에너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바이오연료가 국제 식량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람들이 먹어야 할 곡물이 바이오에너지용으로 쓰이면서 식량 공급이 부족해지고 곡물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는다는 얘기다. 농산물가격 상승이 국제적 인플레를 주도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에는 바이오연료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7년 제정된 법에 따라 자국에서 소비하는 석탄에너지 일부를 바이오연료 등 청정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옥수수의 40% 이상이 바이오에탄올 재료로 사용된다. 당연히 옥수수 공급이 빡빡해지고, 동물사료도 부족한 상황이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에서는 바이오연료가 효율성이 낮은데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장려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