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오일쇼크 40년…석유패권전쟁은 진행형
‘악마의 눈물.’

인류 발전의 핵심 에너지이자 지구촌 전쟁의 불씨인 ‘석유’의 별칭이다. “석유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는 말처럼 석유는 문명을 밝히고, 글로벌 패권싸움의 중심에 선 21세기 에너지다. 천연가스 비중이 늘어나고 대체 에너지들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지만 석유 우위의 에너지 판도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석유는 300여종에 달하는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연료이며, 특히 휘발유는 인류 역사상 공간이동에 혁명을 가져온 자동차의 핵심 연료다. 석유가 원자재 시장에서 인기 높은 투자상품이자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인 이유다.

지구촌은 40년 전인 1973년 10월 이른바 ‘오일쇼크’로 대혼돈을 겪었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휘말린 중동국가들이 석유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4배나 폭등했다. 오일쇼크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지속된 고도성장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 경제를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게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가격 결정권을 장악하고, 자원민족주의 위세는 한층 거세졌다. 재생불가능한 석유가 언제든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새삼 일깨웠다. 1973년 오일쇼크는 이란혁명으로 촉발된 1979년 유가급등과 더불어 유가의 역사에서 ‘2대 사건’이지만 이후에도 석유패권 싸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석유를 둘러싼 패권싸움은 현대판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으로 비화되는 조짐이다. 19~20세기 초 대영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중앙아시아·중동지역 주도권을 놓고 벌인 패권다툼을 의미하는 그레이트 게임은 미국 중심의 셰일가스혁명,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신흥국 원유 수요를 주도하는 중국 인도의 ‘참전’으로 전선(戰線)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동 원유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은 언제든 미국과의 마찰을 증폭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중국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무상원조를 베풀며 공을 들이는 것도 향후 격렬할지도 모를 전쟁에서 가능한 한 우군을 많이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석유를 ‘어제의 연료(Yesterday’s fuel)’로 묘사했다. 하지만 석유의 시대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오일쇼크 40년이 지났지만 석유는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의 에너지이자 지구촌 갈등의 불씨다. 4, 5면에서 에너지의 역사와 석유에 관련된 여러 논란이나 이론들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