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스포츠 마케팅 전성시대…스타 키우는 기업들
‘스포츠 경제학’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스포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스포츠와 경제 원리에 닮은꼴이 많다는 것도 함축하는 표현이다. 스포츠는 개인의 건강을 유지·증진시키지만 경제적으로는 막대한 부(富)를 창출하는 수단이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고,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 지구촌에선 연일 스포츠 마케팅 전쟁이 벌어진다. 스포츠 마케팅이 글로벌 기업들에 ‘필수 코스’가 된 지는 오래다. 스포츠는 공동체 의식 함양, 지역경제 발전, 민족의식 고취 등 그 기능이 다양하다. 스포츠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가 뿌리가 비슷한 이유다.

# 달아오르는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는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더없는 홍보 매체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광고(노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는 기업들엔 놓칠 수 없는 홍보의 장(場)이다.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후원사나 스폰서를 따내려는 이유다. 실제로 아디다스 나이키 코카콜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구촌에 기업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킨 대표적 기업이다. 2002년 월드컵 후원사였던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가 축구팀이 4강까지 오르면서 월드컵 마케팅 효과가 6조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스포츠의 이미지는 기업의 혁신과 역동성에도 어울린다. 예를 들어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라는 올림픽 슬로건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기업 이미지와 부합한다. 노출 효과가 높고 이미지도 부합하니 기업들로서는 스포츠가 매력적인 광고의 매체가 되는 것이다. 물론 스포츠를 기업홍보와 접목시키는 기업들은 제조업체들만은 아니다. 금융·서비스·정보기술(IT) 기업들도 스포츠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투입한다. 현대는 자동차, 스마트폰, 식품, 스포츠 용품, 심지어 금융서비스까지 모든 분야에서 공급이 넘쳐나는 시대다. 기업들로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든 물건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마케팅’이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 뜨기 전에 잡고 과감히 투자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광고, 후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스포츠 중계 프로에 TV 등을 통해 광고를 하거나 경기장 광고판에 기업을 노출시켜 이미지를 홍보한다. 또한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후원사나 파트너라는 자격을 얻어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선수 후원도 스포츠 마케팅의 주요 전략이다. 스포츠 선수 후원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은 주로 골프, 스케이팅, 체조, 역도 등 단체 경기보다는 개인 경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프로골프 선수들은 기업 후원의 주 타깃이다.

지난 7월 ‘골프 여제’ 박인비가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 기록을 세우자 가장 크게 환호성을 지른 곳은 KB금융그룹 관계자들이었다. 지난 5월 박인비와 메인 후원사 계약을 맺은 KB금융그룹은 3연승에 따른 자사그룹 홍보효과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선수 후원 성공의 4대 포인트로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는 안목, 성공 스토리를 그려내는 구체적인 상상력, 유망주 성장 가능성에 배팅하는 용기,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등을 뽑는다. 스포츠 마케팅에도 경제학의 기본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sport), 스타(star), 스폰서(sponsor)가 어우러진 ‘3S의 경제학’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이유다.

# 올림픽 금메달은 경제력 순?

올림픽 정신이 갈수록 상업화로 퇴색된다는 비난도 있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지구촌 최대의 축제다. 선수들로선 자신의 몸값을 높여 새로운 부(富)와 명예의 길을 열어가는 관문이고, 국가로서는 지구촌에 국력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 성적이 국가 경제력과 밀접하다는 보고서는 무수히 많다. 대니얼 존슨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의 ‘경제지수로 본 금메달 전망’이 그중 대표적이다. 그는 선수들의 경기력보다 1인당 국민소득, 인구, 개최국 텃새 등을 분석해 금메달 수를 전망하는 데 비교적 정확하다.

그의 분석대로라면 우리나라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5위(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차지한 것은 막강해진 대한민국의 경제 파워를 국제무대에서 입증했음을 의미한다. 한때 스포츠 국가주의로 자본주의에 맞섰던 동유럽의 스포츠 강세가 무너진 것도 허약한 경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인류의 역사와 뿌리가 비슷한 스포츠는 축제이자 국력을 과시하는 수단이고, 기업들엔 마케팅의 도구인 셈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스포츠마케팅은 글로벌 기업 '필수 코스'

[Cover Story] 스포츠 마케팅 전성시대…스타 키우는 기업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는 기업 이미지를 전 세계에 부각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촉매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 축구와 메이저리그 야구, PGA 투어골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등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를 후원하면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프리미어리그 명문팀인 첼시와 2015년까지 스폰서십을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 계약금은 1500만파운드(약 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05년 첼시와 스폰서십을 맺은 뒤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큰 효과를 봤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광고를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현대차는 2008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시작한 뒤 매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인기가 많은 크리켓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LG는 야구와 농구, 크리켓, F1 등의 빅 이벤트를 후원하며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LG전자는 2009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의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했다. F1 대회는 180여개 국가에서 약 6억명이 동시 시청하는 초대형 스포츠 행사다. LG전자는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도우미 역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류현진 선수가 속한 미 프로야구 LA다저스타디움엔 LG제품 전시관을 설치했고, 추신수 선수가 소속된 신시내티 구장에도 LG 브랜드를 광고하고 있다. 한화·두산그룹 등도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