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콩도르세·보르다·애로…다수결에도 약점이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의사 결정을 한다. 대통령 선거든, 국회의원 선거든, 심지어 학교 반장 선거든 표를 많이 얻는 사람이 이긴다. 다수결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도 없다는 게 우리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보자. 사형제 폐지를 놓고 투표하는 경우다.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잡힌 날 사형제 유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절대 다수는 찬성할 것이다. 반대로 살인죄로 사형이 집행된 뒤 진범이 잡힌 날 투표한다면 사형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다수 의견은 늘 옳은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 A > B > C면 A> C일까?

다수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론은 그래서 많다. 재미있는 이론 중 하나가 ‘콩도르세의 역설’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 시대의 정치가이자 수학자인 콩도르세는 다수결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 했다.

그는 이런 경우를 따져 보았다. 어느 선거구에 출마한 세 후보에 대해 사전조사를 했더니 3분의 1은 A>B>C, 3분의 1은 B>C>A, 3분의 1은 C>A>B>라는 선호도를 보였다고 하자. 이런 경우라면 대개 A대 B에서는 A가 과반 득표를 하고, B대 C에서는 B가 과반 득표를 한다. 그렇다면 A대 C가 대결하면 어떻게 될까. A>B>C이니 당연히 A>C이어야 맞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A대 C에서는 C가 과반을 득표한다.

이런 결과는 선거에서 당선되는 후보는 다른 후보와 맞붙어도 이길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유권자를 선호도에 따라 한 줄로 세울 수는 있어도, 섞어놓고 전체 투표를 하면 반드시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다수결 투표의 맹점이 노출된다. A>B>C면 A>C여야 다수결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순서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보완한 투표방식이 있다. 결선 투표제다.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는 경우(1위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2위와 3위 후보의 득표율 합이 과반인 경우) 결선투표를 해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방법이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이렇게 치러진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2002년 선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우파 후보는 인기 없던 시라크였고 좌파의 유력한 후보는 조스팽이었다. 조스팽이 결선에 오르기만 하면 이긴다고 했지만 야당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조스팽이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극우파인 르펜이 후보가 됐다. 결국 유권자들은 결선에선 르펜보다는 시라크에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절반이 훨씬 넘는 유권자들이 시라크 반대였지만, 결선에선 어쩔 수 없이 시라크에 투표한 셈이다.

# 순위별로 점수를 부여해 보면…

1인2표제도 있다. 과반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적은 표를 얻게 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것도 문제다. 박부성 경남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디자인한 경우를 보자. 가령 A, B, C후보를 지지하는 세 집단 중 A지지자는 41명, B지지자는 39명, C지지자는 20명이라면 A집단은 일단 한 표를 A에게, 다른 한표는 B를 견제하기 위해 C에게 던진다. B집단도 유사하다. C집단은 모두에게 지므로 한 표는 C에게, 다른 한표는 나눠서 던진다. 즉 A와 B에게 나눠 투표했다고 하면 계산은 이렇다. A후보는 41+20의 절반=51표, B후보는 39+20의 절반=49표, C후보는 41+39+20=100표가 된다. A와 B가 서로 견제한 결과다. 단순 다수결로 가장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당선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보르다 투표’라는 것도 있다. 콩도르세와 같은 시대를 산 수학자 보르다는 유권자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후보에게 순위를 매겨 점수를 부여토록 했다. 예를 들어 1위는 10점, 2위 9점을 주는 식이다. 1위를 많이 획득한 사람의 점수가 높은 것은 분명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MVP를 선정할 때 이 방식이 적용된다고 박 교수는 설명한다. 투표권이 있는 기자들은 1등부터 10등까지 순위를 매긴다. 1등에겐 14점, 2등에겐 9점, 3등에겐 8점, 4등에겐 7점을 주며 10등에겐 1점을 부여한다. 최고 총점자가 MVP를 받는다. 하지만 이 경우 1등 수가 적어도 MVP가 된다.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이반 로드리게스보다 1위표를 많이 받고도 총점에서 졌다. 어떤 경우인지 생각해보자.

# "완벽한 투표는 없다"

‘애로의 불가능 정리’라는 이론도 있다. 애로는 1972년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투표방식은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민주주의가 기대고 있는 투표가 완벽하지 않다니…. 그는 완벽한 투표방식이 가져야 할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마지막 다섯번째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야 한다는 증명법을 사용, 수학적으로 자기 주장을 입증했다. 애로의 불가능 정리를 찾아보고 스스로 공부해 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민주주의도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대중민주주의를 우려하며 독배를 마신 이유다. 다수결 투표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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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 중다수· 만장일치는 어떤 경우 발생할까!

[Cover Story] 콩도르세·보르다·애로…다수결에도 약점이 있다
의사결정 방식에는 단순 다수, 과반, 중다수, 만장일치 등이 있다. 단순 다수는 경쟁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 된다. 한국 대통령선거가 이를 따른다. 과반은 단순 다수보다 엄격하다. 과반은 10명 중 6명을 의미한다. 5명은 과반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는 대체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중(重)다수결도 있다. 3분의 2나 4분의 3이 그런 경우다. 중요한 사안일 때 중다수가 적용된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 의결정족수는 3분의 2다. 헌법개정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위헌 결정도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

중다수결은 역설적으로 소수의 힘이 발휘된다는 약점이 있다. 4분의 3이 찬성하려면 소수를 무마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링컨은 노예해방법 통과 과정에서 모자라는 20명을 채우기 위해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협박했다고 한다. ‘알박기’가 통하는 것도 이때다. 낡은 집들을 허물고 재개발할 때 몇몇 가구가 철거에 동의하지 않고 버티면(알박기) 재개발이 이뤄지기 힘들다. 알박기 가구는 협상력이 커진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몸싸움이나 날치기 통과를 없애기 위해 의결정족수를 재적 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높여놨다. 사실상 여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힘이 상실된 경우다. 만장일치는 북한이나 중국에서 자주 나타난다니 아이러니다. 100% 찬성 통과다. 만장일치는 보기엔 그럴듯해도 반민주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