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금, 보편적 복지 '함정'에 빠지다
세금은 매우 예민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다.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세금을 걷어야 하는지를 잘못 결정하면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세제개편안 파동’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세금개편안 내용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세금은 곧 벌집’이라는 말을 실감케 해줬다.

세금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국민의 세금 납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는 이 세금으로 도로·항만을 짓고, 댐을 쌓고, 상·하수도를 고치고, 학교를 만들고, 복지정책을 펴고, 나라를 지키는 국방도 한다. 납세의무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이유다.

그렇다고 세금을 너무 많이 물려서도 안된다. 국가가 세금을 너무 올리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만일 개인 소득의 절반을 국가가 세금으로 걷어가면 사람들은 근로의욕을 잃는다. 세금으로 낸 절반의 액수를 차라리 벌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높은 세금 탓에 소득이 줄면 개별 가정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인격체로 보고 물리는 법인세를 무조건 높이면 투자할 여력을 잃을 뿐 아니라 기업을 할 의욕 자체를 꺾을 수 있다. 아예 자기 나라를 떠나는 기업이 생길 수도 있다. 과거 스웨덴 등 일부 국가의 기업들은 높은 세금을 피해 본사를 세금이 낮은 다른 나라로 옮기기도 했다.

최근 화두가 된 ‘보편적 복지를 위한 증세’도 논란거리다.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는 몇 가지 방법을 쓸 수 있다. 아예 돈을 찍어 내거나, 채권을 발행해 돈을 모으거나, 세금을 많이 거둬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얼마나 더 내야 하느냐는 ‘예민한 문제’로 귀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약속한 130조원이 드는 복지정책을 다 하려면 일부 계층에만 세금을 부과해선 역부족이다. 고소득층은 물론이고 사실상 모든 계층에 세금을 더 내라는 증세 요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중산층에 더 걷어서는 안된다, 부자들에게만 물려서는 안된다며 충돌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금 분쟁은 왕과 귀족 간 싸움이나 혁명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해 창문의 숫자를 기준으로 삼은 창문세와 같은 우스꽝스런 세금도 있었다. 4, 5면에 걸쳐 세금의 역사와 종류, 증세와 감세 주장을 비교 분석해 본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