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소수 인종·성별·지역 우대…약자 보호 vs 역차별
특별한 권리를 일부 계층이나 조직, 개인에게 주는 것은 옳을까? 특권이 주어진다면 그 특권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어떤 손해를 입을까? 특권은 특권에서 배제된 사람의 피해를 바탕으로 생기는 것은 아닐까? 특권을 부여하는 한 방편인 할당제는 이런 점에서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된다. 국내외에서 자주 보는 할당제엔 어떤 것이 있을까?

#"어, 성적이 나보다 못한데…"

할당제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할당제를 실시하는 주체가 정부냐, 기업이냐, 학교냐, 사회조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소수자 우대정책이다. 미국은 고용과 교육 영역에서 소수자에게 혜택을 할당해주는 방법으로 소수자를 보호하려 한다. 이 소수자에는 인종적 소수자, 성별 소수자, 노동력 적격미달자 등이 포함된다. 남자보다 여자, 백인보다 흑인, 고용 적격자보다 적격미달자의 권익을 소수자 우대정책으로 보호한다는 의미다.

교육과 관련한 할당제로 가장 유명한 사례가 미국 대학의 소수자 우대 입시정책이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 텍사스대 로스쿨에 불합격한 백인 여성 셰릴 홉우드는 자신의 불합격이 히스패닉과 흑인 학생에 비해 불이익을 받은 결과라고 소송을 냈다. 자신은 부유하지 못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백인이라는 이유로 탈락했다는 주장이었다. 홉우드는 자기의 성적과 자격요건이 합격하기에 충분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소송 결과는 홉우드의 패소로 나왔다. 히스패닉과 흑인 인구가 텍사스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텍사스 법조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점과, 대학이 다양한 문화를 제공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텍사스 법대는 이전에 텍사스 법조계가 흑인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흑인을 뽑지 않았다. 하지만 소수자 배려가 필요하다는 정책을 도입해 운영하다 소송을 당했다. 1922년 하버드대는 유대인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 유대인 입학자 수를 전체 입학자의 12%를 넘지 않도록 한 할당제를 실시한 적도 있다. 오늘날 한국 대학이 실시하는 입학사정관 제도가 이때부터 생겨났다는 점은 알아둘 만하다.

한국 대입 입학사정관 제도상에서 나오는 지역균형 선발제, 농어촌 특별전형, 국가유공자 전형, 재외국민 전형, 다자녀 전형, 새터민 전형, 실업계고 전형 등도 할당제에 해당한다. 농어촌에 사는 학생을 위한 특권, 즉 도시에 사는 학생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도시 특별전형은 없기 때문이다.

#사는 곳이 지방이라서?

정부가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공무원 지방대생 선발확대’ 정책도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용할 이 제도는 지방 고교생이 서울 등 수도권 대학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방대는 우수 학생이 모자라 대학 수준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68개 지방대가 지역인재 전형을 도입해 8834명을 선발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도 하다.

‘공무원 지방대생 선발확대’는 이런 환경 속에서 나왔다. 정부는 7급 공무원을 뽑을 때 특정 비율을 지방대생에게 할당하려 한다. 구체적인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수도권 대학생들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지원자격의 제한은 위헌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 공무원으로 뽑았다가 근무지를 수도권으로 옮겨버리면 정책효율성이 사라진다는 비판도 있다. 5급 공무원의 경우 이미 20%를 지방대생으로 채운다는 정책이 마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 선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산하 의대, 치의대, 법대, 법학전문대학원 등 인기학과에 해당지역 고교출신 학생의 진학 기회를 넓힌 것도 비슷한 제도다. 현재 고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5학년도부터 ‘지역인재 전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수도권에 사는 학생들은 지방대의 이들 학과에 진학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는 의미여서 논란이 거세다. 지방 고교생의 수도권 진학에는 제한이 없는 반면, 수도권 고교생의 지방대 진학에는 차별이 있는 셈이다.

#"남자들도 취업 힘든데…"

여성고용할당제라는 것도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치 경제 교육 고용 등 각 부문에서 채용이나 승진 때 일정 비율을 여성에 할당하는 제도다. 남녀평등을 실현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적극적 조치 중 하나다. 1970년대 미국과 북유럽에서 나타났다. 스웨덴에선 모든 분야에서 한 성(性)이 40% 이하가 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강력한 조항을 마련했다. 대만과 필리핀은 정치부문에서 40~50% 할당제로 여성 국회의원 수를 늘렸다.

여성고용할당제는 국제운동으로도 번졌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연합 여성회의는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 참여율을 30%에 이르도록 하는 권고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국은 30%로 정한 상태다. “남자들도 취업, 승진하기 어려운데 정부가 개입해서 안 된다”는 논리가 나올 만하다. 자신이 할당제의 수혜자인지 피해자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라고 할 수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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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주장하는 군복무 가산점은?

[Cover Story] 소수 인종·성별·지역 우대…약자 보호 vs 역차별
최근 부활 논의가 진행 중인 군 복무 가산점제는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이슈다. 군대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취업 시 가산점을 줄 경우 여성들이 큰 불이익을 입는다는 논리와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군 복무를 한 대가로 주어지는 2%의 가산점은 여성의 취업을 막을 정도로 많지 않다는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

남성들의 주장은 단순하다. 여성고용 할당제로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하면서 군 복무로 학업 및 취업 준비에 공백기를 거친 남성들을 가산점으로 보호해주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남성들은 군복무 가산제는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인식한다. 공부와 취업 준비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대에 군복무를 하면 다방면에서 경쟁자인 여성에게 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취업시장에서 여성파워가 강해지고 있는 요즘 군 복무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남성들의 고백도 있다.

이에 대해 여성들은 취업시장에서 2%의 가산점은 당락을 결정할 만큼 크기 때문에 가산점을 주는 것을 반대한다.

또 여성이 군 복무를 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고, 장애인들은 군대에 가려 해도 갈 수 없기 때문에 가산점 부여는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군 복무 가산점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군 복무 기피가 심해지고 있는 세태에 대한 인센티브로 가산점제를 부활시키자는 군당국의 설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