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평등논리의 '할당제'…또다른 역차별?
‘보상심리’는 부당한 불평등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표현이다. 하지만 ‘불평등’이란 판단은 상당히 자의적이다. 예를 들어 농촌 출신 학생과 서울 출신 학생,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를 불평등하다고 단언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불평등이란 개념은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가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다양한 ‘우대조치’를 편다. 여성고용할당제, 군복무 가산점 부여, 지역인재채용목표제, 소수민족우대제 등이 대표적 우대조치다. 하지만 미국에서 소수민족에 대학입학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소수민족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은 항상 논란거리다. 대다수 미국 대학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소수민족에 대학문을 넓혀주고, 다수민족인 미국인 학생들에게도 글로벌 지식을 키울수 있는 소통의 통로를 터준다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성적이 우수함에도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은 ‘역차별’ 논리를 주장하며 강한 불만을 터뜨린다. 불평등 시정 장치가 또 하나의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여성고용할당제, 군복무 가산점 부여, 지역인재채용할당제 등도 논란의 초점은 비슷하다. 이른바 사회평등·정의라는 명분으로 시행되는 각종 ‘우대조치’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선 ‘역차별’이라는 반대논리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행복, 평등, 자유 등의 원리로 설명한다. 하지만 정의와 행복 평등 자유의 관계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나의 정당한 행복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많고, 평등이란 논리로 타인의 정당한 권리를 위축시키는 사례도 흔히 나타난다.

정의나 평등이라는 명분으로 국가가 취하는 각종 할당제나 우대조치가 때때로 국민의 정당한 고유권리를 해칠 수 있다. 지역인재선발 전형으로 학생을 뽑았을 경우 그 학생이 입시에 실패한 수도권 학생에 비해 학업성적 등 여러 조건에서 열위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인재를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키운다는 대의명분을 설명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할당제는 사회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타고난 인간의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선 논리력이 약하다.

분배도 마찬가지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정당한 노력으로 얻은 부(富)를 ‘분배’라는 이름으로 인위적으로 재분배하는 것 역시 자유라는 고유권한을 손상시킨다. 하지만 천부적 인권은 최대한 존중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유지시켜야 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다. 할당제로 대표되는 우대조치가 수시로 논쟁이 되는 이유다. 4, 5면에서 정의의 개념과 각종 우대조치의 논쟁점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