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용이 곧 자산"… 국격·인격까지 좌우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액은 하루 1조4000억원을 넘는다. 신용카드 발급은 1억1000만장을 돌파했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몇 천원 단위의 작은 금액도 카드로 결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34개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카드 사용액은 우리나라가 가장 많다. 2011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신용카드 결제 건수도 연간 129.7건으로 1위이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신용카드 천국인 셈이다.

신용카드는 ‘신용(credit)’을 담보로 하는 카드다. 물건 값을 현금으로 바로 치르지 않고 후일 일정 시점에 결제하겠다는 약속의 매체가 신용카드인 셈이다. 이 약속이 잘 지켜지면 신용이 좋은 것이고, 반대 경우엔 신용이 나쁜 것이다. 이런 신용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 신용등급이다. 사회적 의미의 신용은 자신이 한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의 뜻이 강하다. ‘신용 있는 사람’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의 다른 표현이다. 현대는 ‘신용사회’다. 신용도에 따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한도(금액)가 정해지고,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권도 달라진다. 물론 돈을 빌린 대가인 이자율도 신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신용은 개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이나 국가도 신용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은 신용도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와 이자가 달라지고, 주가에도 영향을 받는다. 국채 금리, 해외 투자 유치, 외국인 주식 매수 등의 바로미터(기준)는 바로 국가의 신용등급이다. 국제적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낮췄을 때 증권·채권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국가 신용등급이 갖는 의미가 어떠한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그리스 헝가리 스페인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했고,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말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신용도가 하락했다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모두 격(格)이 낮아져 이자 등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국가의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나라 빚의 문서 격인 채권값이 하락(채권금리·이자율 상승)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개인이든 국가든 신용관리가 곧 자산관리인 셈이다. 따라서 개인은 소득에 걸맞은 소비로 과다한 빚이나 연체를 줄이고, 국가는 균형된 재정, 잠재성장률 제고, 정치적 안정 등으로 신용을 높여야 한다. 4, 5면에서 신용등급을 매기는 방법과 신용관리 요령, 국제적 신용평가사 등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