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용평가 '글로벌 빅3'…시장 안전핀 vs 혼란의 뇌관
국가에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용평가사는 위기의 국가에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이들의 평가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무수히 출렁댄다. ‘시장의 안전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신용평가의 취지지만 때론 금융시장 혼란의 뇌관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의 빅3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평가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 빅 3의 글로벌 신용평가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유럽이나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적 신용평가사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세계시장 과점하는'빅3'


S&P, 무디스, 피치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다. 이들 빅3가 차지하는 신용평가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들 3곳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무디스는 40% 정도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무디스는 미국 일본 영국 정부가 지정한 공식 신용평가사이기도 하다. 무디스와 더불어 양대 산맥인 S&P는 싱가포르 도쿄 홍콩 등 세계 주요 금융중심지에 지사를 두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피치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40여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피치는 상대적으로 유럽에서 영향력이 큰 편이다. 설립순서는 무디스-S&P-피치 순이다.

‘빅3’의 급부상은 세계 오일쇼크와 관련이 있다. 1차 오일쇼크 여파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5년 무디스와 S&P, 피치를 금융회사의 안전성 여부를 평가하는 공식 통계평가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빅3 시대’가 열렸다.

#부채·외환·재정이 핵심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요인으로는 해당 국가의 외환보유액, 장·단기 외채,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재정건전성, 노동시장 유연성, 대외 채무불이행 경험 등이 꼽힌다. 이런 요인들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로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할 때는 외환보유액이 평가의 주요 지표가 됐다. 또한 최근 2~3년간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락은 급증하는 외채와 재정적자가 결정적 요인이다. 국가안보 문제나 정치체제 안정성 등 정치적 요인도 국가 신용등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물론 신용평가사마다 비중을 두는 포인트와 평가 방식은 약간씩 다르지만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빅3 중에서는 무디스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평가를 하는 과정은 비공개로 하고 결과를 발표할 때 등급의 상향이나 하향 이유를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등급 표시는 평가사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알파벳과 숫자, 그리고 플러스(+)와 마이너스(-)표시를 조합해 만든다. 등급 단계는 S&P와 무디스는 21개 등급, 피치는 24개 등급이다. S&P 등급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A가 3개 있는 이른바 ‘트리플A’가 최상위 등급이고, D가 최하위 등급이다. 같은 B등급에 속했다 해도 B가 많을수록 등급이 높다. BBB는 BB보다, BB는 B보다 우량한 등급이다. 플러스나 마이너스가 붙어 있는 경우 등급순위는 BBB+, BBB, BBB- 순이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됐다는 것은 그 나라의 외채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의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 나라에 돈을 빌려준 입장에선 돈을 떼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더 요구하게 된다. 즉 국채 금리가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해외 자본이나 투자 유치에도 비용 부담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면 연간 해외 차입비용이 5억달러 정도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의 신용등급이 악화되면 당연히 해당 국가의 기업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도마에 오른 '신뢰성'

‘빅3’가 글로벌 시장의 안전핀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위기를 부추기는 ‘뇌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 평가사가 미국의 잣대로 국가의 신용을 평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다. 우리나라도 이들의 혹독한 기준에 칼을 맞은 아픈 기억이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단계나 낮췄고, 무디스와 피치도 각각 6단계, 12단계 등급을 떨어뜨렸다.

이들 빅3가 자국의 신용평가엔 한없이 관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2008년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지만 S&P만이 최고 신용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했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비판이 거세지면서 유럽이나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신용평가사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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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이체로 결제하고 주거래 금융기관 이용해야

신용관리 어떻게 해야할까

[Cover Story] 신용평가 '글로벌 빅3'…시장 안전핀 vs 혼란의 뇌관
신용등급은 신용사회를 살아가는 산소와도 같다. 산소 없이 살 수 없듯 신용사회에서는 신용등급을 무시하고 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신용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무엇보다 계획된 신용생활이 중요하다. 본인의 소득수준에 맞춰 적정한 소비생활을 유지하고 계획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대출이자나 카드대금 등의 결제는 자동이체를 하는 것이 좋다. 의도하지 않은 연체를 예방함으로써 신용평점의 하락을 사전에 차단한다. 주거래 금융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도 신용관리에 도움이 된다. 금융거래의 집중을 통한 실적정보의 축적으로 신용도가 올라가고 각종 우대 혜택을 받는다. 주소 및 연락처 변경시 거래 금융회사에 통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연락처가 정확해야 연체에 대한 즉시 통보로 장기연체를 예방하고 그 외 각종 정보 미수신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체는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잦은 단기간 연체 또는 소액이라도 장기연체 시 상환 후에는 일정 기간 신용이 하락할 수 있다. 단기성 채무의 빈번한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고금리인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단기성 자금의 빈번한 사용은 자금경색으로 평가돼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정 금융회사와의 고액 대출거래가 다수 금융회사와의 소액 대출거래보다 통계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거래 의사가 없는 단순한 금융상담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집중된 신용조회는 금융사기 또는 재정궁핍으로 인한 오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금융거래만 신청하는 것이 신용관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