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글로벌 금융시장 울리고 웃긴 Fed…위기땐 '구원투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 미국과 미 통화인 달러화가 주도하는 세계경제 질서를 일컫는 용어들이다. 국제통화 체제인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 후 세계경제의 기축통화(결제·금융 거래 등에서 기준이 되는 통화)는 미국 달러화였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위상에 몇 차례 고비가 있었고 미국 경제가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강국으로 세계 경제와 금융을 주도하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도 여전하다. 미국의 금융·통화정책 등을 결정하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Fed 의장의 말 한마디가 각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세계 금융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2013년은 Fed 설립 100주년이다. 한 세기를 걸어 온 Fed의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공공적 성격의'은행의 은행'

1913년 12월 출범한 Fed. Fed의 주요 설립 목적은 통화정책의 관장과 은행·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및 규제 그리고 금융체계의 안정성 유지 등이다. 여러 독립 기관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워싱턴에 위치한 Fed 본부, 12개 지역 연방은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연방자문위원회와 2800개에 달하는 회원 상업은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Fed는 20세기 후반까지 ‘비밀의 사원(secret temple)’으로 불렸다.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FOMC 회의 내용을 일절 언론에 노출하지 않는 유별난 비밀주의를 지켜 온 때문이다. FOMC 회의 후 정책금리를 변동하고도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시장은 콜금리의 움직임을 보고 FOMC의 결정을 대략 짐작했을 뿐이다. 1999년 이후에야 시장에 금리정책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Fed는 대외적으로 통화·금리에 관련된 발언을 할 때 무미건조하면서도 치밀하게 계산된 모호한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 Fed 의장인 벤 버냉키를 임명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버냉키의 손이 3개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며 “한편으로는…다른 한편으로는…”하는 식의 모호한 화법을 즐겨 구사하는 것을 풍자하기도 했다.

#20세기 후반까지'비밀의 사원'

Fed는 미 중앙은행으로서 은행의 은행(banker’s bank)이다. 공공적 성격을 가진 은행으로 달러를 발행하고 정부가 거둬들인 국고금 등을 수납하는가 하면, 시중은행이 유동성 부족에 빠졌을 때 최종 대부자 역할을 수행한다. 1987년 주가가 하루 만에 22% 폭락하는 뉴욕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많은 증권회사는 일시적으로 거액의 증권 거래대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그러자 당시 Fed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Fed는 미국 경제와 금융제도를 지원하기 위해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천명함으로써 뉴욕증시 폭락 사태를 진정시켰다. 현재 많은 경제학자들은 뉴욕증시 폭락 여파가 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린스펀의 현명한 대처 덕이라고 평가한다.

통화·금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 또한 Fed의 중요 역할이다. 통화·금리 정책은 달러를 독점적으로 발행할 권한이 있는 Fed가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통화량·금리가 적정한 수준에 머물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화폐량과 금리는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 그리고 물가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통화와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은 중요하다.

#금융위기로 높아진 위상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면서 Fed의 조사와 감독기능이 강화됐다. 2010년 금융개혁법을 통해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설치하고 Fed 감독권한을 확대했다. Fed가 금융권에 직접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할 수 있고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물가·금융의 안정 외에 고용(일자리)과 성장까지로 책임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강화된 역할에 맞춰 Fed는 시장과 소통 강화를 위해 7개 지침을 세우기도 했다. 과거 ‘비밀의 사원’이라 불릴 만큼 지켜 온 비밀주의를 버리고 Fed의 투명성을 높여 대중과 투자자가 Fed의 정책 결정을 잘 이해하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발표에서 벗어나 대중과의 쌍방 소통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요소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침은 모두 7가지를 담고 있는데 FOMC 회동에서 다른 위원이 어떤 견해를 밝혔는지를 참석자들이 부각시키지 말 것, FOMC 회의록이 발표되기 전까지 협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시장에 혼란을 주지 말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성전의 비밀:미 중앙은행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라는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이 책은 Fed가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설명한다. Fed의 정책 결정은 장·단기 물가와 고용뿐만 아니라 생산수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강력한 권한이 있는 인물로 Fed 의장이 꼽히는 이유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미 중앙은행(Fed)의 100년 역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아보자. Fed의 기능와 역할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논의해보자. 한국은행과 Fed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논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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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

기준금리는 한 나라 경제의 대표 금리다. 미국은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정한다. FOMC의 위원은 총 12명으로 1년에 8번 회의를 갖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함께 통화공급량·금리 등을 결정한다. FOMC의 정책회의 내용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으나 1999년부터 금리정책에 관한 결정사항을 공개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후 금리 변경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 조정 여부를 시사하는 정책 변화와 관련된 사항까지 포함해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한은 총재·부총재 등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월 둘째주 목요일 회의를 열어 7인의 금통위원 중 5인 이상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정한다.

Fed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할 때는 세계경제와 자국의 경기·물가·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예를 들어 소비나 투자가 위축된 경우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가 회복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 세계적인 대형 은행의 부도나 주요국의 재정위기 시, 개인·기업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므로 기준금리를 낮춰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



▨ 기준금리 (Base rate)

중앙은행은 예금·대출·채권금리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를 결정하는데 이를 ‘기준금리’라 한다. 기준금리가 바뀌면 중앙은행이 다른 은행과 거래할 때 적용되는 금리가 달라지고 개인이 저축할 때나 기업이 돈을 빌릴 때의 금리도 변하게 된다. 이는 다시 개인 소비·기업 투자, 더 나아가 경기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