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국가의 뿌리' 역사교육이 흔들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카(E.H. Carr)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개인이든 국가든 발전할 수 없고, 국가정체성 또한 바르게 세울 수 없다는 꾸짖음이다.

대한민국 역사 교육의 현실은 어떨까. 형식과 내용면에서 모두 엉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사는 교육과정 개편이 있을 때마다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을 오갔다. 대입수능에선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은 한국사 점수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런 탓에 김유신, 유관순이 누구인지 모르고,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를 닥터(doctor)로 알고있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중학교 사정도 비슷하다. 2학년은 역사 상편(조선시대까지)을, 3학년은 역사 하편(근현대사)을 배운다. 하지만 1학년은 집중이수제에 따라 역사①을 한 학기에 몽땅 배우거나, 5000년 역사를 한 학년에 다 배우기도 한다.

6종의 검정교과서 내용을 분석해보면 자기부정과 왜곡, 좌파적 역사관으로 가득차 있다. 중학 역사교과서는 아예 대한민국의 역사를 실패한 역사로 보는 민중사관과 사회주의적 계급투쟁 시각으로 쓰여졌다. 지난달 말 열린 ‘한국사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는 학술대회에서도 이 문제는 불거졌다.

대표적인 부분이 고(故)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부정이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건국대통령 이승만과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대통령을 매우 부정적인 독재자로 그려내고 있다.

심지어 교과서 중 1종에서만 대한민국의 이념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서술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이 표현을 안쓴다. 북한 역시 자유를 생략한 채 민주주의를 표명하고 있음을 볼 때 자유민주주의를 정확하게 쓰는 것은 중요하다. 6·25 한국전쟁이 북한· 소련· 중국의 합작품이었다는 비밀문서가 나왔음에도 유엔 개입으로 국제전이 됐다는 표현만 강조하는 교과서도 많다. 10대 경제강국이 된 지금, 사실조차 왜곡하는 역사교육은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고구려를 자국 역사의 일부라고 강변하는 중국과 침략을 침략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수정주의적 일본역사관이 위협적인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역사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등을 4, 5면과 14, 15면에서 알아본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