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의혹으로 美 상원청문회에 선 팀 쿡 애플 CEO
국내 기업들을 비판할 때 늘 본받아야 할 기업으로 예를 드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상원 청문회에 등장해 화제다. 애플이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온 것은 처음이다.
청문회 출석 이유도 아주 고약하다. 역외탈세. 역외탈세는 국내 법인이나 개인이 조세피난처 국가에 유령회사를 만든 뒤 그 회사가 수출입 거래를 하거나, 수익을 이룬 것처럼 조작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축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회가 추산한 역외탈세 규모는 440억달러에 달한다.
쿡은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애플은 내야 할 세금을 마지막 한 푼까지 완벽하게 냈다”며 “나는 법을 준수했을 뿐 아니라 법의 정신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을 한 셈이다. “애플은 ‘진짜(real)’ 존재하는 장소에 ‘진짜’ 공장을 지었고, 우리 직원들은 ‘진짜’ 소비자에게 ‘진짜’ 물건을 팝니다. 내야 할 세금이라면 단 1달러라고 해도 모두 다 냅니다.” 쿡은 상원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도 “애플은 미국의 최대 법인세 납세업체로 지난해만 60억달러, 벌어들인 돈 40달러당 1달러를 세금으로 냈다”고 밝혔다.
이같은 쿡의 주장에 대해 상원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의원들은 “애플 경영진은 자신들이 낸 세금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장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들이 내지 않은 세금”이라고 공격했다. 애플에 대한 공세는 민주당, 공화당, 행정부가 연합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백악관은 “레빈과 존 매케인 의원은 일부 기업이 이익과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는 문제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상원의원들을 거들었다. 매케인 의원은 “애플은 미국 최대의 세금 회피자이며 가장 지독한 범죄자”라고 쏘아붙였다. 상원 조사위원회는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이 지난 4년 동안 국세청에 내야 할 740억달러(약 82조원)의 세금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쿡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과 세법 시스템이 기업들의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방해한다”면 “이것은 미국 기업의 핸디캡”이라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의 세법이 극적으로 간소화돼야 한다”고도 했다. 20%대 중반 수준의 법인세율이 가장 효율적일 거라고도 제안했다.
의원들 중에는 애플의 손을 들어준 사람도 있었다. 랜드 폴 공화당 의원은 “미국 법인세는 캐나다의 두 배, 유럽 국가의 두 배로 높다”면서 “오히려 국회는 애플에 사과하고, 미국 국민에게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줬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애플은 합법적으로 행동했고, 수익을 극대화하라는 주주의 주장에 충실했다”고 감쌌다.
쿡 청문회는 세금에 대한 원론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높은 법인세는 성공한 기업을 오히려 처벌하는 세금인가라는 것.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내야 하는 송금수수료와 높은 법인세를 다 내면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적어질 뿐 아니라 국가가 세금의 형태로 기업의 돈을 강탈해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높은 법인세가 오히려 기업의 미국 탈출을 부추기고 애플의 미국 송금을 막는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