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약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 선을 4년 만에 돌파(엔화 약세)한 엔·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102엔도 넘어섰다. 여기에 일본 투자자들이 지난달 하순 이후 2주 연속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를 늘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자들이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제로 금리인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면 투자차익은 물론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투자자로서는 ‘일석이조’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면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된다.

와타나베는 한국의 김씨·이씨처럼 일본에서 흔한 성으로, 국제금융가에서 일본 외환투자자를 부르는 용어다.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중·상층 주부 투자자를 와타나베부인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개인 외환투자자를 통칭하는 용어로 확장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일본 장기 10년 불황(1991~2002년)의 저금리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가정의 재정을 담당하는 일본 주부들은 낮은 저축이자에 실망해 일본을 벗어나 해외에서 투자기회를 찾았는데 이들이 엄청난 규모의 국제 금융거래를 일으키며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와타나베부인이 2007년 한 해 동안 팔고 산 외환규모는 200조엔에 달하는데 이는 도쿄 외환시장 거래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