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은 시소를 타는 것과 같다. 경제 상황에 따라 주류가 비주류로, 비주류가 주류로 바뀐다. 이런 와중에 주류를 차지하기 위한 논쟁은 뜨거워진다. 실제로 케인스학파와 고전학파는 위기 때마다 경제학의 주류 자리를 다퉜다. 애덤 스미스 이후 자유주의 경제학의 고전학파가 주류 자리를 유지해오다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케인시안에게 바통을 넘겼다. 하지만 케인시안은 오일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주류 자리가 흔들리면서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설파하던 또 다른 고전학파인 시카고학파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현재는 시카고학파의 입지도 그리 단단하지 못하다. 마땅한 대안세력은 없지만 분배와 복지가 글로벌 경제의 화두가 되면서 회의적 시각이 불거지는 것이 현실이다.
[Cover Story] 긴축이냐 성장이냐…반복되는 세기의 경제 논쟁
#"케인스는 미래 세대에 무심"


1930년대 대공황이 닥치자 케인스는 정부가 채권 발행을 통한 공공재정 지출 확대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국 재무부는 케인스의 주장대로 공공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민간 지출을 동일하게 상쇄시킬 것이므로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케인스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민간지출 확대 프로그램을 적용하라”며 “민간 부문의 지출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케인스는 인간은 모두 개인의 사리사욕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이기적 습성이 있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영국 정부는 민간 자율을 강조한 셈이다.

최근엔 대표적 긴축주의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케인스를 공개적으로 비하해 파문이 일었다. 퍼거슨은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에서 열린 한 투자회의에서 케인스이론에 관한 질문에 “케인스주의는 동성애의 산물”이라고 돌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5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강연에서 “기존 자유방임주의를 뒤덮는 케인스주의는 미래 세대에 무관심한 이론”이라고 주장했다. 퍼거슨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신봉하고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다. 그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정말 멍청하고 무신경한 발언이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 차원을 넘어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논란 가열되는'로고프 절벽'

‘로고프 절벽’은 나랏빚이 증가하면 성장률이 급감한다는 이론이다. 긴축파의 대표 논객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이 미국 한국 독일 등 20개 나라의 국가부채와 성장률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국내총생산(GDP)과 견준 국가부채 비율이 90%가 넘으면 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로고프-라인하트 절벽’이다. 로고프는 “국가부채가 많았을 때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정부빚이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얘기다.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이런 주장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두 사람의 주장을 정설로 만든 일등공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그는 틈만 나면 “국가 빚을 줄이지 않고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없다”고 설파했다.

정설로 여겨지던 이 논리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대반격을 가했다. 대표적 성장파인 크루그먼은 “경기침체(저성장) 때문에 국가 빚이 늘어난다”고 반박한다. 긴축이 오히려 경제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긴축론자들이 인과관계를 잘못 짚었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로고프 등의 주장이) 학술적 포장을 하고 있지만 1% 부유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등은 크루그먼의 논리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긴축파의 논리는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금리가 오르고, 결국 성장이 지체되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고, 성장파의 논리는 경기침체나 저성장이 국가부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정부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논쟁 갈수록 뜨거워질 듯

긴축이냐 성장이냐의 논쟁은 갈수록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선 올여름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놓고 오바마와 공화당이 또 씨름을 해야 한다. 독일에선 9월 총선을 앞두고 긴축의 부작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 옥스퍼드 경영대 학장인 나이트는 “이번 논쟁에서 긴축파가 밀리면 각국의 경제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글로벌 경제상황과 맞물려 국가부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저자인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윅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크루그먼의 편이지만 좋은 경제이론과 나쁜 경제이론이 아니라 현 시기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애덤 스미스의 고전경제학에서 출발하는 경제학의 흐름을 공부해 보자. 최근 논란이 가열되는 긴축과 성장 논리를 정리해 보자. 신자유주의 개념을 알아보고 신자유주의가 도전받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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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이라는 인간에 넘쳐나는 오류들

[Cover Story] 긴축이냐 성장이냐…반복되는 세기의 경제 논쟁
논리에도 오류가 넘쳐난다. 대표적인 것이 ‘구성의 오류’다. 개별적으론 타당하지만 전체적으론 틀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즉 한 개인의 입장에선 옳다고 생각한 행동이 구성원 전체적으로는 옳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경기장에서 앞줄에 앉아 있는 사람이 경기 상황을 더 잘 관람하기 위해 일어선다면 뒷줄에 앉아 있던 관람자들이 모두 일어서게 되며, 결국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케인스가 ‘절약의 역설’을 강조하며 대공황 탈피를 위해 수요 진작 정책을 취할 것을 주장한 것은 구성의 오류를 잘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개인이 저축을 많이 하면 미래의 소득이 늘어나 바람직하지만, 모든 국민이 소비하지 않고 저축만 한다면 오히려 물건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등 국민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제에서는 각각의 올바른 행위가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일이 있는데,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이를 합성의 오류라고 불렀다.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는 상대방의 주장과는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논리를 만들어 공격하는 오류다. ‘무지의 오류’는 “담배가 암을 일으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정부의 금연정책은 잘못이다”는 주장처럼 얼핏 들어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반대의 주장이 참인 것처럼 몰아가는 모순을 말한다. ‘분할의 오류’는 “한 트럭에 실린 모래가 무겁기 때문에 한 알의 모래도 무겁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논리적 주장을 쪼개 적용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일컫는다. 이 밖에 복합질문의 오류, 과대해석의 오류, 애매성의 오류, 연역법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