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체계를 갖춘지는 300년 정도 된다. 하지만 경제 3대 생산요소인 ‘토지와 노동 그리고 자본’이 수천년 전 성서(bible)에도 수없이 언급될 정도로 경제학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세계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 때마다 경제학이 급격히 발전한 이유다. 산업혁명은 고전학파를, 세계 대공황은 케인스학파를 등장시켰다. 이후 신고전학파와 뉴케인시안 신자유주의 등이 등장하며 이론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근간은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로 크게 갈린다. 경제학의 뿌리인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를 알면 곁가지인 두 학파 변형 학파들의 이해가 수월해진다. 미국의 저명 화가인 앤디 워홀은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는 시대를 초월해 지금도 대표적인 경제학 거장으로 살아 있다. 경제학의 첫걸음이 그들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Cover Story] 300년 역사의 경제학…두 기둥은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
#산업혁명이 낳은 고전학파

1776년은 스미스의 즉 흔히 ‘국부론’으로 불리는 책이 출간된 해다. 국부론의 출간을 계기로 경제학은 비로소 독립 학문으로서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다. 책의 출간연도에서 알 수 있듯 국부론의 배경은 다름 아닌 산업혁명이다.

당시 사회적 주요 관심사는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사회적 부(富)에 대한 배분이었다. 스미스는 근로자에게는 임금, 지주에게는 지대, 그리고 자본가들에게 이윤으로 부의 배분이 이뤄지지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된다고 봤다.

특히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며 국가는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인간의 자연적 충동인 이기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인간의 이기심을 억압해 자비나 이타심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바보가 되고 국가가 빈곤해진다고 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사회 전체가 번영할 것이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모순되게 들린다. 개인이 공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이끈다는 것이 고전학파의 주장이다.
#대공황의 산물'케인스학파'

시장의 자유방임을 주장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게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당시의 경제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미국에서부터 전 세계 모든 국가로 번져간 대공황은 생산 위축, 가혹한 실업과 함께 심각한 수준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가져왔다. 대공황 직전 미국 실업률 3%에서 1933년에는 농업부문을 제외한 실업률이 무려 37%로 세 명 중 한 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로 경제상황은 처참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게 실업은 단지 노동시장에서 초과공급이다. 시장에 초과공급이 존재하면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증가해 다시 균형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 신고전학파의 시장에 대한 믿음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새로운 균형을 찾지 못했고 대규모 실업이 지속됐다.

이에 케인스학파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간섭해 대규모의 공공사업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케인스의 이 같은 주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공공사업에 막대한 정부 예산을 쏟아부으며 일자리 창출, 중산층 강화, 빈곤층 구제 등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 케인스 이론은 현대 경제학에 있어 거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낳아 오늘날 미시·거시경제학이라는 주류 경제학 기둥을 형성하게 됐다.


#도전 받는'신자유주의'

케인스학파의 이론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은 1970년 오일 쇼크(석유파동)로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에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상태)으로 깨지게 된다. 케인스학파의 이론은 계속해서 공격을 받게 되고 정부의 역할 축소와 시장 경쟁 확대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 이론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유행으로 번져갔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무역 확대, 규제 완화, 공기업의 민영화 등을 통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특히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적극 옹호하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오늘날 대부분 국가의 경제정책에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역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평등과 복지가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되면서 빈부 격차를 확대시킨 주범이 신자유주의라는 비판적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마땅한 경제이론이나 사상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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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친해지는 첫걸음은 '경제학 흐름 짚기'

[Cover Story] 300년 역사의 경제학…두 기둥은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과 정치철학자들의 아이디어는 그것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사실 이 세상은 바로 이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지적 영향력에서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적 사람들조차 사실은 어느 죽은 경제학자의 정신적 노예일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이다. 이 말은 경제학이 시공을 초월해 인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함의한다. 따라서 경제학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제학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경제학 대가의 이론부터 배우는 것이 경제학 흐름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토드 부크홀츠의 명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앨프리드 마셜의 수요공급 곡선,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이론까지 300년 경제학 역사를 이끌어온 거장 경제학자들을 재치 있게 엮어 놓았다. 경제 교과서에서는 건조한 수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경제이론들의 배경을 실제 경제학자들 간의 격렬한 논쟁으로 풀이해 재미있게 읽혀진다. 저자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 투표로 최우수 강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재치 있게 경제이론을 전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 역시 읽어둘 만하다. 아직 경제 모델이나 이론에 익숙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실생활과 경제학 이론을 연관지어 생각해보도록 구성돼 있다. 어려운 경제용어들로 경제를 멀게 느끼던 학생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도와준다. 만화로 읽는 알콩달콩 경제학, 위험한 경제학도 경제교양서로 재미있고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