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계에 제2의 싸이는 없다. 싸이처럼 노래하고 싸이처럼 춤추는 가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을 돌려 다른 분야를 보면 ‘싸이류(類)’는 존재한다. ‘남들과 무엇인가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것’을 싸이류라고 한다면-. 누가 있을까? 재미, 괴짜스러움, 과감한 도전 그리고 성공의 이미지를 지닌 인물 얘기다.
[Cover Story] 기발한 아이디어…오글비·브랜슨은 '경영계 싸이'

#상식을 거부한'광고 천재'

데이비드 오글비(1911~1999) 얘기를 해보자. 그는 1950년대 이후 광고계의 전성시대를 선도한 ‘현대광고의 아버지’로 통하는 인물이다. 물론 괴짜였다. 그가 만든 자동차 광고문구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안에서 제일 큰 소음은 시계 소리다.’

그는 상식을 거부했다. 특선 고급요리를 파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싸구려 케첩을 주문하는 독창성(?)을 발휘했다. 일상생활에서 연극하는 듯한 억양으로 말하고 몸동작을 했다. 정장 행사에 킬트(스코틀랜드 전통 체크무늬 스커트)를 입기도 했다. 그의 말이 괴짜다. “자신을 광고할 수 없다면 어떻게 남을 광고하겠소.”

오글비는 광고주인 80대의 헬레나 루빈스타인이 내릴 차 앞에 웅덩이가 있는 것을 보고 뛰어가 웅덩이 위에 자기 재킷을 깔기도 했다. 자신을 광고주 기억에 박히도록 한 것이다.

그의 인생은 재미와 창의를 찾기 위한 변신의 연속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 들어갔다 그만두고, 프랑스 파리의 일류 호텔 주방에 요리사로 들어가 일했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조리기구 방문 판매원이 됐다. 1938년 광고를 배우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여론조사 조사원, 농부 등의 삶을 살았다. 1940년대 후반 광고계의 성지인 매디슨가에 입성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광고를 쏟아냈다. 풍부한 삶이 밑거름이 됐다. 그때 나온 광고 중 하이라이트는 윌리엄 포크너를 닮은 중년 남성에게 검은 안대를 씌운 셔츠 광고는 대박을 터뜨렸다. 바로 이 해서웨이 셔츠는 1주일 만에 재고가 바닥났다. 괴짜답게 그는 ‘무조건 팔아라’ ‘소비자는 멍청이가 아니다. 당신의 아내다. 그녀를 속이지 말고, 그녀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 39弗 항공권 판'괴짜 CEO'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63)은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결정하는 특이한 경영인이다. 그만큼 ‘괴짜 CEO’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영자도 드물다. 그는 현재 세계 30여개국에 2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기업이 본격적으로 크기 시작한 것은 괴상한 항공사를 만들면서부터다. 항공업계에 전설로 남아 있는 ‘푸에르토리코행 편도 비행기값 39달러’ 얘기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여행 중에 얻었다. 그와 여러 사람이 푸에르토리코 비행기를 타려 했으나 취소되자 비행기 한 대를 전세내기로 했다. 전세 비용은 2000달러. 사람 숫자로 1인당 비용을 나눠 보니 39달러가 나왔다. 그는 단번에 결정을 내렸다. ‘버진 항공사, 푸에르토리코행 편도 39달러.’ 이렇게 버진 항공사를 만들려 하자 반대에 부닥쳤다. 사업 파트너들은 차라리 ‘기존 항공사에 투자하는 게 낫다’ ‘음반사가 무슨 항공사를 하느냐’ ‘반드시 실패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브랜슨은 1984년 이 계획을 밀어붙였다. 버진애틀랜틱이라는 이름을 달고 항공사를 3개월 만에 만들어 첫 비행에 나섰다. 그는 기존 항공사의 기내 서비스가 엉망이었던 경험에 착안해 서비스를 개선했다. 승객이 항공사로부터 어떤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브랜슨은 비행기를 구입한 뒤 고장날 것에 대비해 보잉사가 되사가도록 하는 보호막도 쳤다. 손해를 예방한 것이다. 1년도 못 버틸 것이라던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늘날 버진항공은 전 세계 약 300곳을 운항하고 있다. 항공사 가격을 기존 항공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고객을 무더기로 끌어당겼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기내 서비스로 비디오, 음악, 게임, 목욕, 미용, 안마까지 제공했다.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

그는 요즘 2014년 출발을 목표로 세계 최초로 민간 우주비행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민간우주여객사인 버진갤럭틱을 설립한 상태다. 17세 때 학교를 중퇴하고 ‘스튜던트’라는 잡지를 만들고 중고 레코드 통신판매회사를 운영했던 괴짜가 우주산업에 나선 것이다.

그는 초기 버진콜라를 알리기 위해, 코카콜라를 제압하기 위해, 뉴욕 한복판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 간판에 대포를 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그는 자기 회사 이름이 담긴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리도록 하기 위해 직접 웨딩드레스를 입고 금발가발을 쓰기도 했다. “내가 직접 나서 회사를 알린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말한다. “어떤 일에 재미가 없어질 때 바로 일을 바꿔야 할 시기다. 원래 내 사업방식의 핵심이 재미다.” 하고 싶으면 지금 하라는 말도 그는 빼놓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에 싸이는 많다. 때로는 재미로,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지평을 개척한 사람이 그들이다. 크게 보면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심지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상도 못할 일을 해낸 위대한 그들일 수 있다. 주인공이 당신일 수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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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드는 느낌도 아웃라이어의 조건

[Cover Story] 기발한 아이디어…오글비·브랜슨은 '경영계 싸이'
보통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어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람을 뜻하는 아웃라이어(outlier)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굉장히 노력해야 한다거나, 평생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는 식의 답변은 식상하다.

‘메디치 효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프란스 요한슨은 ‘클릭 모먼트’에서 다소 다른 두 가지 분석을 내놓는다. 첫째는 성공이 우연한 기회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성공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작위적(random)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이 같은 우연한 기회를 포착하는 본능이다. 기회를 포착하면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예를 들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는 40년 이상 유행한 ‘랩 드레스’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딸인 줄리 닉슨 아이젠하워의 TV연설 장면에서 창안했다. 이 옷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엄청난 수입과 명성을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전설적인 육상 코치 빌 바워만이 와플 모양의 바닥을 가진 ‘나이키 운동화’를 개발한 것은 아내 덕분이었다. 그는 아내가 와플 틀에서 와플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 뾰족한 스파이트 바닥인 운동화보다 와플 모양의 바닥을 가진 운동화의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았다.

여류작가 스테프니 메이어는 꿈에서 인기 소설 ‘트와일라잇’의 모티브를 잡았다고 한다. 그녀는 어느 날 한 소년과 소녀가 어두컴컴한 숲속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꿈을 꾸었다. 둘은 사랑했지만 여자 아이는 인간이고 남자 아이는 뱀파이어였다. 둘은 사랑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메이어는 꿈에서 깬 뒤 이것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요한슨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성공 뒤에는 행운과 능력이 교차하는 결정적인 순간도 존재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