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지구촌은 ‘강남 스타일’ 열기로 후끈했다. 노랫말처럼 ‘뛰는 놈, 나는 놈, 뭘 좀 아는 놈’ 모두가 흥에 겨워 몸을 흔들었다. 빌보드 차트 2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동영상 조회 수는 전 세계 최초로 15억건을 돌파했다. 코믹한 율동, 노랫말의 해학성, 중독성 강한 전자음, 묘한 박자감, 유튜브로 대변되는 국경 없는 매체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강남 스타일의 대박 비결이다. 신나고 재미있고, 때로는 좀 모자란 듯하지만 이 모든 것을 프로답게 즐기는 싸이 스타일의 음악적 유머가 세계를 매료시켰다.
[Cover Story] 'B급 싸이'의 성공 방정식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콧대 높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앞다퉈 ‘Gangnam Style boots South Korean brand’(강남 스타일이 한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다)라는 타이틀로 강남 스타일 열풍을 소개했다. 싸이가 지구촌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한 셈이다. 강남 스타일은 예쁘고, 멋있고, 정형화된 콘셉트로 한류를 주도하던 K팝에 또 하나의 장르도 열었다.

최근 발표된 신곡 ‘젠틀맨’ 역시 ‘대박’ 기대감이 높다. 뮤직비디오 공개 9일 만에 유튜브 조회 2억건을 돌파한 추세라면 강남 스타일의 대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 젠틀맨은 강남 스타일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좀 더 엉뚱하고, 성인 취향의 정서가 담겼다. 누군가는 젠틀맨을 ‘포르노 한류, 미국 저급 문화의 첨병’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싸이다운’ 음악이라고 평가한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젠틀맨의 인기는 상한가다. 코믹한 동영상, 노랫말의 해학성, 중독성 강한 전자음은 강남 스타일과 닮은꼴이다.

36세의 조금 살찐 래퍼 싸이(본명 박재상)는 그의 음악적 스타일만큼이나 삶의 역정도 독특하다. 군대 두 번 가기는 윤리·도덕적 잣대를 넘어 개인에겐 분명 시련이다. 음악적 성공으로 이런 인간적 결점이 덮어지는 것도 아니다. 외모도 연예인으로는 콤플렉스급이다. 그런 싸이가 지구촌을 흥겹게 하는 대박을 연이어 터뜨린 것은 자신만의 고유 스타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디오 음악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자기의 음악에 고유한 색깔을 입혔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 역시 세상이 말하는 ‘성적’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로 승부를 건 전형이다. 싸이는 그의 독백처럼 이 시대는 개성있는 자가 성공한다는 것을 ‘좀 아는 놈’이다.

개성도 열정이 있어야 빛이 나는 법이다. 시련으로 열정이 식는다면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지치면 지는 것이고, 미치면 이기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강남 스타일이나 젠틀맨이 결코 우연의 소산이 아님을 반증한다. 4, 5면에서 싸이의 성공 이유 등을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