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노키아는 왜 몰락했을까?
노키아는 한때 핀란드를 부르는 또 다른 대명사였다. 명성의 절정기였던 2007년 노키아의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했다. 2006년 매출은 핀란드 정부 예산보다 많았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정도를 노키아가 담당했으니 핀란드를 일컫는 대명사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위기는 자만을 비집고 오는 법이다. 노키아에 2007년은 자만의 최고점이자 추락의 원년이었다.

1980~1990년대 소니는 글로벌 전자시장에서 천하무적이었다. 워크맨으로 상징되는 혁신적인 제품은 오디오 시장을 휩쓸었다. TV 화면을 키우고, 브라운관에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하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가정용 오락기 시장의 새로운 지평도 열었다. ‘메이드 인 소니’ 역시 ‘메이드 인 재팬’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수십년간 기술 혁신의 모델이었던 소니 역시 ‘기업이 몰락하는 이유’를 다루는 교재에 등장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라는 저서에서 기업의 몰락을 ‘자만→욕심→위기 가능성 부정→구원자 찾기→유명무실’ 5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기업의 몰락은 ‘성공으로부터 생기는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그의 분석은 노키아에 그대로 적용된다. 2007년 6월 휴대폰 개념을 바꿔놓은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다. 하지만 노키아 최고경영자(CEO)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는 “조크(joke) 같은 제품이다.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정한 것이 표준이다”라고 호언했다. 성공으로 충만한 자만심 때문에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간과한 것이다. 자만의 대가는 참담했다. 노키아 시가총액은 전성기 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소니 또한 자신의 기술만을 과신하다 ‘혁신’이라는 특유의 ‘소니 스타일’을 잃어버렸다. 기술로 선도한 기업이 기술 혁신에서 뒤처지는 순간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소니는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키아나 소니는 일류기업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언제든 날개없이 추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흥망성쇠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음도 함의한다. ‘졸면 죽는다’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농담 아닌 농담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은 다양한 요소들이 시너지를 낼 때 가능하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유능한 경영자, 우수한 인력, 창의와 도전정신 등이 어우러져야 기술 혁신이 속력을 낸다. 과거의 기술에 안주하면 바로 몰락의 시작인 셈이다. 스마트폰·조선·자동차·TV·게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만과 안주로 추락한 노키아·소니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어야 흥(興)과 성(盛)의 시대를 연장할 수 있다. 4, 5면에서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몰락한 사례와 기업 흥망성쇠의 원인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