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남에게 피해 안 준다면 개인 결정권 존중"
반 "결혼 합법화보다 다른 제도로 차별없애야"
동성결혼은 과연 허용해야 할까.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만 인정할 것인지, 성별이 같은 두 사람의 결합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전 지구촌이 시끌시끌하다.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연방대법원의 역사적인 심리가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이날 연방대법원 주변에서는 하루 종일 동성결혼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뉴욕 메릴랜드 워싱턴 등 9개 주와 워싱턴DC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연방법은 이 같은 주정부의 결혼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연방대법원이 이를 위헌이라고 결론을 내리면 연방 차원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프랑스는 지난 2월 하원에서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가톨릭과 이슬람 등 종교계가 반발하는 등 반대 시위도 만만찮다. 영국 하원 역시 프랑스보다 한 주 앞서 동성결혼 합법화 법을 가결했다. 한국에는 아직 동성결혼 허용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없지만 조만간 비슷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 쪽은 주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한 네티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개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이자 선택의 자유”라며 이것을 지켜주는 것이 법이 존재하는 이유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동성결혼은 동성애자들의 인권, 사회적 권리 보장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그들이 법률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엄연한 차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적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 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는 동성애자들에게 결혼은 권리이자 인권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에 미국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동성 배우자와 40년 이상 살았지만 그가 죽자 꽤 많은 상속세를 냈다. 이성애자 부부였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이었다”며 “한국도 동성애자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산을 공유할 수도 없고 결혼휴가도, 의료보험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결혼과 동시에 동성결혼을 허용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며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직장인 L씨도 “결혼은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권리며 행복을 추구하는 건강한 결합이라면 찬성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대체로 종교계에서는 동성결혼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비윤리적 행위”라며 “동성결혼은 남녀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민법, 형법의 질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장샤론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사무국장은 “동성애는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형성된 왜곡된 성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미국의 한인사회에서도 찬반 논란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주 장로회신학대의 이상명 총장은 “보수적인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은 동성결혼을 반대하지만 진보성향 측에서는 찬성하기도 한다”면서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순리대로 살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이를 거부하고 역리대로 살면 결국 자괴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살을 선택한 동성애자들은 단순히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괴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거주 한 교민은 “동성 커플이 이성 간 결합에 의한 부부와 비교해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남녀 간 결합이라는 결혼의 전통적인 의미를 파괴해서는 안된다. 동성결혼 합법화가 아닌 다른 제도를 만들어 동성애 커플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생각하기
이런 논란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지지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을 탄압하고 핍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국내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진보적이며 개방적인 사람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편협하고 고루하다는 비난도 매우 위험하다.
현실적인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동성애자들의 권익이나 자기결정권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가다. 사실 미국의 경우처럼 남은 파트너에게 상속세를 물릴 것인가 여부와 같은 문제는 사실 입법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의료보험 부양자 피부양자 문제도 비슷하다. 이럴 경우 굳이 꼭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결혼관계로 볼 수 있는 동성에 대해서도 법률상 차별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제도도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입양을 해도 친자식과 똑같은 법적 대우를 해주고 사실혼도 일정 범위에서 법적인 혼인과 마찬가지로 법률적으로 보호해주는 부분이 있는 것과 유사한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동성애자들도 모든 분야에서 이성 간 결혼과 완전히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백안시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성애자와 완전히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용하기는 힘들다. 물론 어디까지를 그 한계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의를 거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반 "결혼 합법화보다 다른 제도로 차별없애야"
동성결혼은 과연 허용해야 할까.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만 인정할 것인지, 성별이 같은 두 사람의 결합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전 지구촌이 시끌시끌하다.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연방대법원의 역사적인 심리가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이날 연방대법원 주변에서는 하루 종일 동성결혼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뉴욕 메릴랜드 워싱턴 등 9개 주와 워싱턴DC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연방법은 이 같은 주정부의 결혼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연방대법원이 이를 위헌이라고 결론을 내리면 연방 차원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프랑스는 지난 2월 하원에서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가톨릭과 이슬람 등 종교계가 반발하는 등 반대 시위도 만만찮다. 영국 하원 역시 프랑스보다 한 주 앞서 동성결혼 합법화 법을 가결했다. 한국에는 아직 동성결혼 허용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없지만 조만간 비슷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 쪽은 주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한 네티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개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이자 선택의 자유”라며 이것을 지켜주는 것이 법이 존재하는 이유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동성결혼은 동성애자들의 인권, 사회적 권리 보장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그들이 법률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엄연한 차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적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 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는 동성애자들에게 결혼은 권리이자 인권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에 미국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동성 배우자와 40년 이상 살았지만 그가 죽자 꽤 많은 상속세를 냈다. 이성애자 부부였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이었다”며 “한국도 동성애자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산을 공유할 수도 없고 결혼휴가도, 의료보험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결혼과 동시에 동성결혼을 허용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며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직장인 L씨도 “결혼은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권리며 행복을 추구하는 건강한 결합이라면 찬성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대체로 종교계에서는 동성결혼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비윤리적 행위”라며 “동성결혼은 남녀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민법, 형법의 질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장샤론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사무국장은 “동성애는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형성된 왜곡된 성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미국의 한인사회에서도 찬반 논란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주 장로회신학대의 이상명 총장은 “보수적인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은 동성결혼을 반대하지만 진보성향 측에서는 찬성하기도 한다”면서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순리대로 살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이를 거부하고 역리대로 살면 결국 자괴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살을 선택한 동성애자들은 단순히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괴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거주 한 교민은 “동성 커플이 이성 간 결합에 의한 부부와 비교해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남녀 간 결합이라는 결혼의 전통적인 의미를 파괴해서는 안된다. 동성결혼 합법화가 아닌 다른 제도를 만들어 동성애 커플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생각하기
이런 논란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지지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을 탄압하고 핍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국내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진보적이며 개방적인 사람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편협하고 고루하다는 비난도 매우 위험하다.
현실적인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동성애자들의 권익이나 자기결정권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가다. 사실 미국의 경우처럼 남은 파트너에게 상속세를 물릴 것인가 여부와 같은 문제는 사실 입법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의료보험 부양자 피부양자 문제도 비슷하다. 이럴 경우 굳이 꼭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결혼관계로 볼 수 있는 동성에 대해서도 법률상 차별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제도도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입양을 해도 친자식과 똑같은 법적 대우를 해주고 사실혼도 일정 범위에서 법적인 혼인과 마찬가지로 법률적으로 보호해주는 부분이 있는 것과 유사한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동성애자들도 모든 분야에서 이성 간 결혼과 완전히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백안시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성애자와 완전히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용하기는 힘들다. 물론 어디까지를 그 한계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의를 거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