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정부도 시장도 만능은 아니다…자율과 규제의 조화 필요
시장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보이지 않는 손’에 전적으로 시장을 맡겨도 ‘시장의 실패’가 생기고 정부가 아무리 지혜를 짜내 시장에 개입해도 ‘정부의 실패’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자율이냐, 개입이냐는 항상 시장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결국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율에 시장을 맡겨 효율을 최대화하는 것이 과제다. 국가의 부(富)를 최대화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시장경제가 풀어야할 숙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술도가(술을 빚어 만들어 도매하는 집)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만을 그들에게 이야기할 뿐이다.”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국부론》에서 언급한 표현이다. 스미스에 따르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사회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 손’은 그런 방향으로 이끄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수요와 공급이다. 수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건 경제학의 기본이다. 스미스는 이런 수급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된다고 본 것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것은 공급업자를 걱정해서가 아니고, 공급업자가 생산을 늘리는 것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각자의 효용을 충족시키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한다. 시장은 이런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율적 기능이 제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가장 적절한 재화의 양과 종류를 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생산자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스미스는 시장경제야말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낳으며 사회 자원을 가장 적절하게 배분한다고 생각했다.

#'애덤 스미스 문제'의 딜레마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효율적으로만 이끈다면 적어도 경제에서만큼은 정부의 역할이 거의 없어진다. 생산, 소비, 가격이 최상의 효율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국가든 정책입안자들은 효율적 경제작동을 위해 고심한다. ‘보이지 않는 손’만으론 시장기능에 허점이 많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론 이기심이 도덕의 한계를 넘는 것이 문제다. 독점기업이 소비자를 무시하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이는 것, 기업들이 이익을 키우기 위해 담합으로 가격을 조작하는 것, 특정의 이익단체들이 온당치 못한 목적으로 특정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 등은 이기심이 왜곡된 대표적 사례다. 이는 이기심에만 시장을 맡기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음을 함의한다.

스미스도 모든 형태의 사적인 이익추구가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는 독점적 이익과 경제적 집중은 반대했다. 경제적 집중은 자유시장의 본질적인 능력, 즉 토지 노동 자본 등에 공정하고 합당한 대가를 제공하고 가격을 형성시키는 기능을 왜곡시킨다고 본 것이다. 승자독식의 독점적 이익 역시 시장을 왜곡하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해친다. 그런 그가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한 것은 인간의 자연적인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타인을 평가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사회관계가 도덕적 판단과 행동의 근원으로 본 것이다. 《도덕감정론》에서 강조한 공감과 《국부론》이 강조하는 이기심의 모순을 학자들은 ‘애덤 스미스 문제’라고 부른다.

#경계해야 할'규제의 역설'

‘애덤 스미스 문제’는 인간의 속성상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다. 도덕과 공감은 법적으로 규제하고 강요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한 이유기도하다. 단순히 인간의 이기심을 넘어 환율, 국제무역 등 ‘보이지 않는 손’에만 시장을 맡기기엔 스미가 살았던 250년 전과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 한마디로 경제 규모가 커지고, 환율이란 것이 국제경제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고, 국가 간 역학관계도 훨씬 복잡해졌다. 정부의 ‘보이는 손’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보이는 손’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손’의 효율적 기능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규제의 역설’은 규제가 시장을 왜곡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 안정 대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대기업 억제 정책이 때로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나친 정부의 규제는 ‘창조적 혁신’을 가로막는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규제가 심하면 창조적 아이디어나 경쟁력이 싹을 틔우지 못하는 법이다. 자율과 규제의 지혜로운 중용이 필요한 이유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를 토론해보자. 도덕과 이기심이라는 상충되는 요소가 경제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부해보자. 규제의 역설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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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 쓴 애덤 스미스…지적 모험 즐긴 '경제학의 아버지'

[Cover Story] 정부도 시장도 만능은 아니다…자율과 규제의 조화 필요
‘보이지 않는 손’ 하면 바로 연상되는 애덤 스미스는 정치경제학과 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스코틀랜드 철학자다. 경제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귀에 익은 《국부론》의 저자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커콜디에서 태어났다. 법률가이자 관리였던 아버지는 상처한 뒤 아내를 새로 얻었는데 그가 스미스의 어머니다. 아버지는 스미스가 태어나기 6개월 전 세상을 떠났다. 스미스는 어린 시절 스코틀랜드 최고의 초급학교 중 하나인 버그스쿨을 다녔고, 글래스고대에 입학해 주로 도덕철학을 공부했다. 1740년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 벨리올칼리지에 갔지만 옥스퍼드 교육에 실망한 그는 1746년 학위를 마치지 않고 옥스퍼드를 떠났다. 1748년부터 에든버러에서 공개강연으로 꽤 인기를 모았다. 그 무렵 열 살 이상 많은 데이비드 흄과 만나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 역사 정치 철학 경제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쌓은 것도 그와의 인연과 관계가 깊다.

스미스는 글래스고대에서의 강연 등을 반영한 《도덕감정론》을 1759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을 평생에 걸쳐 개정했다. 1790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최종판(6판)을 발행할 정도로 이 책에 애착이 강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도 도덕감정론에서다.

《국부론》은 1776년에 발간됐다. 그는 공업생산이 국부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스미스는 생산성에 관심이 많았고, 분업은 생산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단순작업으로 이해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독창성이 상실되는 것을 우려했다. 1778년 스코틀랜드의 관세청장에 올랐고, 5년 뒤에는 에든버러 왕립협회 창립회원이 됐다. 그는 병상에서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지적으로 모험을 즐기고 사회적으로는 조심스럽게 처신했다’는 평가는 그의 삶을 잘 요약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