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보이는 손 vs 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시장경제의 핵심을 짚은 표현이다. 각자가 개인의 이기심에 따라 자유로운 선택을 하면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원리에 의해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제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의미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3~1790)가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서 사용한 이 말은 서로 다른 경제주체들이 사전 조율 없이 상반된 이해관계의 논리로 경제행위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공익을 증진시킴을 강조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의 자율을 설명하는 대명사격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함의한다. 맡겨두면 스스로 굴러가니, 정부가 시장에 사사건건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논리대로라면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간섭이 심했던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방임주의를 주창한 도덕철학자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움직이는 만능일까에는 의견이 갈린다. <국부론>이 나온 지 250년 가까이 흐르면서 경제규모는 엄청나게 커졌고 국제무역이란 역학관계도 훨씬 복잡해졌다. 때론 인간의 이기심도 합리를 넘어 비양심적으로 변질된다. 이른바 담합은 왜곡된 이기심의 대표적 사례다.

21세기에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기는 나라는 없다. 시장 곳곳에 ‘보이는 손’이 개입해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한다. 다만 개입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격통제는 시장개입의 하나다. 아파트분양가 상한제, 최저임금제도 가격통제의 대표적 예다. 원가공개, 할당제, 보너스규제 역시 확대된 의미의 가격통제다. 가격을 규제하는 명분은 주로 물가안정이나 소비자·약자 권익보호다. 특히 독점기업이 공공서비스 가격을 좌지우지하면 정부는 가격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느낀다. 가격 규제로 자원의 왜곡을 막아 분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것을 통제하고, 어느 정도 통제할 것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결정에 필요한 정부의 정보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선한 목적’으로 시행된 규제가 ‘악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이유다.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오히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더 저해하는 것을 일컫는다. 아파트분양가 상한제로 부동산시장이 냉각되고, 최저임금 시행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정부 실패의 한 사례다. 의도와는 달리 규제의 부작용이 커지는 것은 규제자의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 규제수단의 불완전성과 경직성, 규제자 개인의 편견, 정치적 제약 등이 원인이다.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기기에는 그 덩치가 너무 커지고 역학구조가 복잡해진 건 분명하지만 시장경제의 본질은 여전히 ‘자율’이다. 4, 5면에서 가격통제의 실상과 규제의 역설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