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 청문회, 고위 공직자 혹독한 '검증 관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등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제 공은 국회 청문회로 넘어갔다. 청문회를 하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200년 이상 한 선진국인 반면 우리는 60년 정도의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급속한 경제개발과 부의 축적 과정을 겪은 우리에게 청문회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청문회에 안 걸리는 사람을 국회의원들 가운데서도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국회 동의는 3권분립에 기초

3권분립이라는 건 나라를 이끄는 입법·행정·사법 3개의 축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라는 취지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장치다. 대통령은 청와대와 각 행정 부처를 쥐고 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전국에 96만4508명의 공무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에 비해 입법부는 국회의원 300명과 1명의 국회의원이 둘 수 있는 보좌진(9명), 국회 내 공무원(입법 공무원)을 더해 3974명에 불과하다. 사법부도 전국 법원의 공무원과 판사를 다 더하면 1만7343명이다.

이는 법에 따른 통치를 직관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국회를 입법부라고 부르는 건 법을 만드는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기구다. 사법부는 이런 법 적용을 판결하고, 법이 헌법에 부합한지 판단해준다. 이 역할은 헌법재판소에서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뽑고 있다. 총리와 장관 사법부의 고위직은 국민 선출이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할 땐 국민의 동의를 재차 받고자 하는 것이 국회 인사청문회이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김대중 정부인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인사청문회법이 그해 6월 국회를 통과해 즉시 시행됐다.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지명하면 정부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한다. 이에 국회는 13명(위원장 포함)의 여야 의원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 대개 여야의원의 비율은 의석 수에 배분되고, 야당이 현저히 적더라도 동수로 하거나 위원의 비율을 맞춰준다. 야당 존중의 관례다.

#2000년부터 도입 시행

위원들은 이를 통해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 능력이나 인간적 자질을 검증한다.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안을 받은 후 15일 이내 청문회를 마쳐야 하며 마지막엔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청문회는 3일간 열린다. 정부는 임명동의안과 함께 △임명동의 요청사유서 또는 의장의 추천서 △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병역신고사항 △재산신고사항 △최근 3년간의 소득세재산세 및 종합토지세의 납부 실적에 관한 사항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 등을 따로 제출한다.

청문회는 공직 후보자가 출석해 국회의원인 위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위원회는 필요하면 증인감정인 또는 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는 등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비공개가 허용되긴 하지만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금융 및 상거래 등에 관한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의해 비밀이 유지돼야 하는 경우로 한정된다. 끝나면 모든 국회의원이 있는 본회의에 보고서를 내야 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

인사 청문회 대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거나 국회의 권한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처음 실시된 2000년 인사청문회 대상은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 및 대법관(13명)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3명)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3명) 등 23명이었다.

노무현 정부인 2003년 개정을 통해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을 포함시켰고, 2005년 7월엔 법을 다시 개정해 인사청문회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장관)으로 확대됐다. 2008년엔 방송통신위원장, 2012년엔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합동참모의장, 한국은행 총재 등으로 넓혀졌다.

#청문회 점차 확대… 검증 무덤

여기에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대통령이 고위공직후보자 지명 전 최소한 도덕적 기준과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의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여기엔 청문회 대상을 정부의 차관·처장·청장, 청와대 비서실장, 국민권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확대 대상에 들어온 장관 등 국무위원들은 인사청문특위가 아니라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진행하며 본회의 표결은 하지 않는다. 헌법상 이들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국회가 관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임명동의안 표결을 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내정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경과보고서만 낸다. 대통령은 이에 따를 법적 의무는 없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후 청문회는 고위공직자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검증 관문이 됐고, 그 결과로 후보자들이 낙마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국무총리만 해도 2002년 7월 장상, 2002년 8월 장대환 총리 후보자는 총리에 오르지 못했고, 2010년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후 4일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최근 김용준 전 후보자는 청문회도 받기 전에 사상 처음으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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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식 곤란" vs "미국은 더 엄격"

[Focus] 인사 청문회, 고위 공직자 혹독한 '검증 관문'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가기 전 언론검증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녀 병역 문제로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에 대해 “청문회에 가면 마치 죄가 있는 사람처럼 대한다”며 “후보자나 후보자 가족, 주변 사람들이 공개되고 공개된 청문회장에서 후보자가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을 당하는 이유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공직을) 두려워하는 부분은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사실상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할 것을 우려해 자진 사퇴를 선택한 측면이 크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국회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망신주기식 마녀사냥’이 돼 능력있는 공직자를 인선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는 너무 도덕성 중심으로 검증을 하다 보니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측면이 있다”며 “개인사도 검증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만, 자녀 문제 등은 비공개로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책 등을 알 수 있는 건 공개가 맞고, 후보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진행해 사생활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현행법상으로도 비공개를 선택할 수 있고 미국도 비공개를 구별하고 있는데, 이건 국회와 국민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청문회 시스템이 정책 검증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치우쳤다는 지적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이 결국엔 도덕성이고, 도덕성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면 일반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