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95>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와 레버리지 효과
그리스어는 국내에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 언어다. 중등교육과정에는 배제돼 있고, 그리스어 전공이 개설된 대학도 전국을 통틀어 한 곳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민간교육기관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거나 필요에 의해 독학하지 않는 한 국내에서 그리스어를 배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어가 하나 있다. 바로 ‘유레카(eureka)’다. ‘알아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유레카는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와 관련된 일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정수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가우스와 함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수학자로 불리는 그리스 수학자다. 그리스의 도시국가 시라쿠사에서 기원전 287년께 태어난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유학했다.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의 왕으로부터 새로 제작한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감정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하지만 왕관을 손상시키지 않고 진위를 알아내기란 아르키메데스에게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욕조에 몸을 담갔다. 이때 아르키메데스는 욕조 속의 물이 자신이 들어가자 넘치는 것을 보고 왕관의 진위를 밝혀낼 묘책을 떠올렸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벌거벗은 채 ‘유레카’라고 외치며 목욕탕을 뛰어나온 아르키메데스는 왕관과 똑같은 무게의 순금을 물속에 담근 후 각기 넘쳐흐르는 물의 양을 비교함으로써 왕관에 다른 물질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왕관의 진위를 알아내다

아르키메데스가 생각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순금 왕관과 같은 양의 순금은 무게와 부피가 서로 같아야 한다. 그러나 왕관에 이물질이 섞였고 그 무게가 빼낸 순금의 무게와 동일하다면 무게로 왕관의 진위를 가려낼 수 없다. 한편 물체의 부피는 물체를 물속에 넣었을 때 흘러넘치는 물의 양으로 측정할 수 있다. 당시 왕관 제작자는 순금 일부를 빼돌리고 은을 섞어 넣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금보다 밀도가 낮은 은을 섞어 만든 왕관은 순금 왕관에 비해 부피가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은이 섞인 왕관을 물속에 넣었을 때 흘러넘치는 물의 양은 순금덩어리를 넣었을 때보다 더 많아지게 되고, 이를 통해 왕관의 진위를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이런 아르키메데스의 생각은 액체 속에서 물체를 뜨게 하는 부력의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한 것으로, 당시의 학문적 깊이와 연구 환경을 고려할 때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왜 역대 최고의 수학자 중 하나로 칭송받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업적은 단순히 부력의 원리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물리학, 기계학, 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업적을 후대에 남겼는데, 지렛대의 원리도 그중 하나다. 무거운 물체를 적은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지렛대는 기원전 2500년께부터 사용돼 왔지만, 그 원리는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역사상 최초로 규명됐다. 아르키메데스의 일화 중 지렛대와 관련된 것도 전해지고 있는데, 그는 긴 막대와 받침대만 있으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렛대 원리는 오늘날에도 여러 도구를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되고 있다. 핀셋, 병따개, 젓가락 등이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도구들이다. 이처럼 지렛대 원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고 원리도 비교적 이해하기 쉬워 과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다.

이익을 늘려주는 지렛대

레버리지 효과란 금융 분야에서 주로 관찰되는 현상으로, 타인의 자본을 빌려 투자이익을 발생시키는 경제적 행위를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돈을 발판 삼아 자신의 이익을 늘린다는 점에서 지렛대에 비유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자신의 돈 1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한 A가 경기 호황으로 주가가 올라 2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때 A의 자기자본이익률은 100만원을 투자하여 20만원을 벌었으므로 20%가 된다. 이후 경기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 A가 자신의 돈 100만원에 친구로부터 빌린 100만원을 더해 총 2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여 A가 40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긴다면 이때의 자기자본이익률은 과연 얼마가 될까? 투자 총액 대비 이익률은 종전과 같은 20%다. 하지만 이번 투자에서 A의 자본은 100만원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자기자본이익률은 전보다 두 배 늘어난 40%가 된다. 이처럼 타인이나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지렛대로 활용해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투자방식을 가리켜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레버리지 효과는 자금 차입에 대한 기회비용(이자)이 수익보다 낮다고 판단될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경기 호황이나 금리가 낮을 때 레버리지 효과를 적극 이용하면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 레버리지 효과다. 즉, 돈을 빌려 투자를 했을 때 경기가 불황에 빠지거나 금리가 오르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였지만,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경기마저 악화돼 이자 갚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하우스푸어’라고 하는데, 이들이 바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다 오히려 손해를 본 경우에 해당한다.

독이 된 레버리지 효과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의 조국 시라쿠사는 2차 포에니전쟁 때 로마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당시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 원리를 활용하여 투석기와 같은 무기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조국 방어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공헌이 오히려 시라쿠사 국민들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거듭되는 선전에 고무된 시라쿠사는 전쟁 와중에 성대한 축제를 열었고, 이때를 틈탄 적의 기습에 도시가 함락되고 그 과정에서 아르키메데스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95>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와 레버리지 효과
시라쿠사인들의 지나친 낙관이 위대한 수학자를 희생시킨 셈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죽음은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흔히들 경제를 살아있는 생물(生物)에 비유하곤 한다. 작은 충격에도 시장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항상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고, 시장 변화에 예의주시해야 한다. 자금을 차입한 투자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언제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레버리지 효과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경제 용어 풀이


▨ 레버리지 효과 (leverage effect)

타인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자본을 가지고 투자를 하여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이익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지렛대 효과라고도 부른다. 저금리나 경기 호황일 때는 자본을 차입하여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금리가 높거나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 과도한 차입이 파산 위험을 야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