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여성 리더십의 재발견…감성이 권위 이길까?
21세기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들이 주목을 받는 시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적 여성 리더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함으로써 여성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차별 인식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여성 리더십은 소통·감성·부드러움이, 남성 리더십은 권위·카리스마가 특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성 리더십이 남성 리더십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다. 어쩌면 여성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른다. 여성 리더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한 남녀평등까지는 가야할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 "21세기는 여성의 세기"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단정했다. 그는 2005년 100세 가까운 나이로 세상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흐뭇해 했을지도 모른다. 여성 리더십은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리더십의 키워드는 공감과 부드러움, 섬세함이다. 배려, 포용, 감성도 여성이 남성보다 한수 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성 리더들의 부상은 사회·경제적 시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사회적으론 소통이 화두가 되면서 감성이 풍부한 여성 리더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산업구조의 변화도 여성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산업혁명이후 대량생산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전통산업에선 통제·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요구됐지만 창의적이고 협업을 중시하는 정보기술(IT)시대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소통 능력이 큰 장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미래 산업구조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방 마음을 읽는 능력, 사회정의에 대한 순수성이 상대적으로 장점인 여성이 수평적 네크워크가 특징인 21세기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공감력 커진'베타 리더십'

‘최고의 여성에게서 배워라’의 저자 로이스 프란켈은 “여자에게는 끼와 본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마거릿 대처, 힐러리 클린턴, 오프라 윈프리, 마더 테레사 등을 예로 들면서 이들의 공통점으로 명확한 비전, 뛰어난 전략과 전술,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 감동을 주는 화법, 동기를 부여하는 전술과 전략, 높은 호감지수와 감성지수 등을 꼽았다.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의 저자 데이비드 슈워츠는 남성 중심적인 전통적 리더십을 ‘알파 리더십’으로 칭하고, 이에 대비되는 새로운 리더십을 ‘베타 리더십’이라고 이름붙였다. 그에 따르면 알파 리더십은 합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양적인 사고에 기초하는 위계적 권력관계에 의존하지만 베타 리더십은 통합과 직관적이며 질적 사고를 중시한다.

베타 리더십이 알파 리더십보다 우월하다고 단정짓는 건 무리가 있다. 사회적 구조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다를 수도 있다. 최초의 여성 총리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가 ‘베타 리더십’만을 고수했다면 영국은 더 위기로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60, 70년대의 리더십을 오늘날 리더십과 단순 비교하는 역시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여성 비하적인 생각이 강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헤겔, 쇼펜하워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맹비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성적 리더십으로 역사를 바꾸고, 경제를 회복시킨 사례도 무수히 많다.

#'위미노믹스 시대' 성큼

우리나라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한국사회의 유리천장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견고한 편이다. 고위직 여성비율이 아시아에서 ‘꼴찌’인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멕킨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유럽 17%, 미국 15%, 중국이 8%인 반면 우리나라는 1%에 불과하다. 최고경영진 내 여성 비율도 우리나라는 2%에 그쳐 유럽(10%), 미국(14%)에 크게 뒤졌다.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킨 나라치고는 기업내 고위직 여성의 위상은 너무 초라한 셈이다.

여성은 인류가 개발할 수 있는 마지막 자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잠재력이 큰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기업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시대가 바뀌면서 남성보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여성 국가지도자나 기업경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성 리더십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감성 리더십을 통해 여성이 경제·산업계에서 강력한 파워를 갖는 이른바 ‘위미노믹스’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좀 멀어보인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여성 리더십과 남성 리더십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토론해보자.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십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토론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여성 차별은 어느 정도이고 이를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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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결단력 강한 대처… 여성 리더십 맞아?

[Cover Story] 여성 리더십의 재발견…감성이 권위 이길까?
마거릿 대처는 ‘영국병’을 치유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다. 획기적인 정책 추진과 독단적인 정부 운영으로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최장기 집권(1979~1990) 기록도 세웠다. 그가 하원의원, 교육·과학장관 등을 거쳐 1979년 총리가 됐을 무렵 영국은 치솟는 실업률과 물가, 바닥을 맴도는 경제 성장으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파업 열병’이었다. 취임 첫해엔 ‘불만의 겨울’이라고 불리는 사상 최악의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운수 노동자, 병원 근로자, 미화원 등 공공부문 근로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파업을 벌였다. 정부에 대한 불신 역시 극에 달했다.

영국병을 치유하려는 대처의 결심은 단호했다. 그는 병의 원인을 경영엔 게으르면서도 정부에 의존하려는 사용자와 반기업적이고 투쟁적인 노동조합으로 지목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그는 국영 기업의 민영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 노조의 힘을 빼고 교육·의료 등 공공부문에 대한 국고 지원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모든 분야에서 정부 의존을 줄이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준 것이다. 바른 길을 놓고 적당히 타협하기보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모든 일을 추진했다. 영국 해군의 무장함대를 아르헨티나의 추운 바다로 파견한 포클랜드 전쟁은 그의 애국적 결단력을 잘 보여준다.

대처는 논리가 정연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했다. 특히 각료를 다루는 거친 매너는 유명하다. “누가 이 보고서를 작성했나? 보나마나 뻔하겠지 뭘 기대하겠어”와 같은 과격한(?) 언어도 거침이 없었다. 영국병을 고친 대처의 리더십은 섬세와 공감이 키워드인 여성의 리더십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가 영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리더십을 의심받던 여성의 이미지를 새롭게 조명시킨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