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독서가 대학문을 연다!
조선시대 르네상스를 꽃피운 세종은 한마디로 ‘호학(好學)의 군주’였다. 어린 시절 논어 맹자 춘추 역경 등 유학의 근본이 되는 경서(經書)를 100번씩, 역사 법학 천문 의학 음악에 관련된 책들도 30번씩 읽었다하니 ‘독서광’이란 표현만으론 한참 부족하다. “그 아이가 병이 날까 두려워 항상 밤에 글읽는 것을 금하였지만 나의 큰 책은 모두 청하여 가져갔다”는 태종의 아들 걱정은 세종을 위대하게 만든 원천이 독서임을 보여준다.

‘한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 ‘독서는 성공의 열쇠다’…. 다소 과장된 듯하면서도 독서의 함의가 응축된 말들이다. 수억년 역사의 한 구간을 사는 인간은 책을 통해 과거를 만나고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를 얻는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독서는 과거의 가장 위대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이유다. “책은 판도라 상자이고, 독서는 그 상자를 여는 것”(‘독서의 신’ 마쓰오카 세이고)이란 말처럼 책속엔 지식과 지혜, 역사와 철학 그 모든 것이 담겨있다.

지식과 사고가 무한대로 확장되는 청소년기의 독서는 특히 중요하다. 좁게는 학교성적과 논술점수를 향상시키는 ‘제2의 교과서’이고, 넓게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잉태시키는 모체다. 독서는 논술의 출발점이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체계화시켜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바로 논술이다. 물론 논술은 ‘글쓰기’라는 또 다른 테크닉이 있어야 완성된다. 하지만 독서가 빠진 테크닉은 속된 말로 ‘속빈강정’이다. 미(美), 평판, 정체성, 우선순위, 민족주의, 자율규제 등 2013년도 대입 논술 주제는 단순히 오지선답형에만 길들여지고, 독서라는 토대가 약한 학생들에겐 선뜻 연필을 들기가 부담스런 논제들이다.

구체적인 논술주제를 살펴보면 독서와의 연관성이 더 뚜렷해진다. ‘다문화주의’라는 이화여대 인문계열 논제는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은 학생이라면 좀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답안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코끼리에 대한 비유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사회계열은 ‘돈키호테의 풍차 공격’ 부분을 제시문에 삽입했다. 서강대는 ‘거울 나라의 엘리스’를 교과서 밖 지문으로 제시했다. 다문화주의, 자본주의의 도덕성, 자연보호의 한계 등 그동안 생글생글이 커버스토리로 다룬 주제들이 상당수 논제로 제시된 것도 눈길을 끈다.

책을 덮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여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흐름이 ‘옳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공부로 짬을 못냈던 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은 책과의 거리를 좁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한권의 책이 대학을,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4, 5면에서 독서의 의미와 2013년도 대입 논술주제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