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독서는 '성공의 습관'…겨울방학엔 책과 행복한 동행을
책을 멀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까이 하는 시대다.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 갈수록 적어진다. “그거 인터넷 쳐보면 다 나와….”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바로 튕겨나오는 대답이다. 하지만 지식은 머리에 저장돼야 참된 ‘자기 것’이 된다. 창의와 아이디어의 원천도 ‘머릿속 지식’이다. 독서는 지식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샘물이다. 과거를 보는 역사 인식이 정립되고, 미래를 보는 혜안이 밝아지는 것 역시 책이 있기에 가능하다. 한 권의 책은 지식의 폭을 한뼘 넓혀주는 인생의 가이드다. 겨울방학에 책과 친해진다면 훌륭한 ‘인생의 스승’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위대한 인물의 공통분모


세종이 조선시대 르네상스를 활짝 꽃피운 원천은 ‘책읽기’다. 경서(經書)를 비롯해 역사 과학 예술 음악 천문학 등 광범위한 독서에서 축척된 지식은 조선의 학문과 과학·예술의 기틀을 잡고 문화를 꽃피운 바탕이 됐다. 훈민정음을 극렬히 반대한 최만리에게 “네가 운문을 아느냐”고 준엄히 꾸짖은 데선 그의 학문적 깊이가 느껴진다. 일부에서 ‘조선의 역사는 세종의 역사’라고 할 만큼 그의 위대함이 칭송받는 것은 무엇보다 독서의 힘이 뒷받침한 결과다. 사생아, 9살 때 성폭행, 14살 때 미혼모, 20대의 마약…. 오프라 윈프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그 모든 상처를 극복하고 ‘토크쇼의 여왕’에 오른 것 또한 독서가 일등공신이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길에 1000여권의 책을 싣고 다녔다는 일화는 그의 리더십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길이를 합치면 총 700m에 달한다. 3만5000권 정도의 책을 꽂을 수 있는 크기다. 그는 스스로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 500권을 읽는다”고 말한다. ‘한권을 정독하는 것보다 다섯 권을 속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에 따르면 독서는 고갈되는 상상력을 회복시키는 비타민이다. 물론 속독이냐 정독이냐는 책에 따라,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현 명예회장)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창의·아이디어의 원천

‘지혜는 지식이란 나무의 열매’라는 말이 있다. 지혜는 세상의 경험에서도 나오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식, 즉 앎이 그 바탕이라는 의미다. 지식은 또한 창의나 혁신적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여름휴가 때 필독서 몇 권씩을 챙겨가는 것은 책이 아이디어의 보고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논어를 삶과 경영의 지침서로 삼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인문학적 소양이 기술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디자인, 감성, 소통 등 ‘소프트 파워’가 키워드인 21세기에는 인문과 기술의 결합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더 많은 책을 접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잡스와 함께 정보기술(IT) 세상을 개척한 빌 게이츠는 “나를 만든 것은 어릴 적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서 읽은 고전들”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로마신화를 탐독하는 등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경영 그 어느 분야에서든 독서를 통한 지식이 얕으면 창의와 아이디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SNS를 줄이고 책을 펼쳐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되는 안중근 의사의 말이다. 하지만 이를 현실에 맞춰 패러디하면 ‘하루라도 SNS를 켜지 않으면 손가락이 간질간질하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SNS에 빠져 상대적으로 독서를 소홀히 하는 청소년들을 좀 비꼬아본 말이다. 논어에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이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얘기다. 쉼 없이 책을 읽고 공부하되 비판적 분석과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독서는 ‘성공의 습관’이다. 책과의 거리가 멀었다면 스스로 손을 뻗쳐 간격을 좁혀야 한다. 그만큼 정신이 풍요로워지고, 인생의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겨울방학에 읽는 몇 권의 책이 대학, 인생, 아니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독서가 인생에 왜 중요한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토론해보자. 경영자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논의해보자. 인터넷에서 얻은 지식과 독서를 통한 지식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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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자양분이 되는 '인문 고전들'

독서는 논술의 바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학교공부에 쫓기면서 방대한 모든 책을 읽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문계 논술이라해도 철학, 문학, 역사, 경제, 시사 등 논제의 범위가 워낙 넓다.

1900년대 초까지 미국 시카고대는 삼류에 불과했다. 1929년 휘임한 로버트 허친스 시카고대 총장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인문고전 100권을 달달 외우지 못할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는 시카고플랜을 도입했다. 이후 시카고대는 하버드대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73명)를 배출하는 세계적 명문대로 발돋음했다. 오늘날에도 미국 대학들은 ‘인문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Cover Story] 독서는 '성공의 습관'…겨울방학엔 책과 행복한 동행을
이처럼 성장의 자양분인 인문고전은 논술에도 큰 도움이 된다. 논술시험의 상당수 제시문들은 큰 맥락의 줄기를 따르고 있다. 인류 사상의 큰 흐름을 형성한 고전을 읽어두면 임기응변의 능력이 생긴다는 얘기다.고전은 논술의 맥락에 맞게 어떤 문구를 인용하기도 쉽고, 논리 전개에도 요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자나 맹자, 장자나 노자 등 동양사상의 뿌리가 되는 고전이나 서학철학 이해에 필수라는 플라톤의 ‘국가론’ 등이 논술의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박지원의 ‘열하일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도 논술준비엔 빼놓을 수 없는 책들이다. 방대한 분량의 고전들은 알기쉽게 풀어쓴 해설서를 읽어보는 것도 요령이다. 인문고전은 일상적 삶을 살면서 ‘지식의 품격’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시사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하고 사회를 읽는 눈, 미래를 보는 혜안에 도움이 되는 책들도 꾸준히 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