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SSMㆍ이익극대화 등 출제…생글만 열심히 읽었어도

2013 대입논술 大분석

내년부터 대학입시 논술이 다소 쉬워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전망 때문에 요즘 고교에서는 ‘쉬워지는 논술, 나도 명문대 갈 수 있다’는 새로운 구호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제시문이 읽기에 편하고 쉬워진다는 것일 뿐 글쓰기는 결코 쉬울 수 없다. 폭넓은 독서와 글쓰기 연습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시문이 읽기 편해졌다는 ‘2013학년도 대입논술’ 문제를 파악해 보는 것은 유익한 ‘2014년 논술 간보기’다. 이젠 모두 마무리된 대학별 논술주제를 살펴보자.

#SSM 규제 정책이 문제로

대표적인 대학이 성균관대 경영계열에서 나온 기업형슈퍼마켓(SSM) 문제였다. 성균관대는 ‘정부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정책에 대해 평가하라’는 문제를 냈다. 이 주제는 생글생글 찬반토론 코너와 커버스토리로 자주 다뤘던 대표적인 사회 이슈다. 생글생글을 읽고 SSM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문제점을 정리해뒀다면 거의 100점짜리 답안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인문계열에서 나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대학입시 가산점 정책에 대한 찬반을 논술하라’는 주제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 역시 비판적 시각에서 생글생글이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를 정리하고 비판한 기사를 통해 다뤘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백인에 대한 역차별로 나타나는 데 대한 문제점, 대학별 자율성에 맡겨둬야 한다는 법률적 해석, 공리주의적 시각에서 가산점에 대한 논란 등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 역시 100점에 근접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외국어대의 문제도 유사성이 있었다. 핵심 주제가 정체성, 우선순위, 소통, 자율규제였지만 제시된 영어 문장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출제돼 논술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문제 양식은 다소 달랐지만 공리주의의 관점과 비판을 관통하고 있었으면 쉽게 써내려갈 수 있었다.

고려대는 자본주의의 도덕성과 상품화에 대해 출제했다.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묻고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는 상생론, 불평등 등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즉 뒤 이어 나오는 문제인 공정성과 가치훼손과의 관계를 알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였다. 자본주의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빈곤을 없애고 개인의 삶을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측면과 그런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불평등과 지나친 상품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면 올바른 답안을 쓴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기사는 생글생글이 주로 다뤘던 이슈 중 하나였다.

동국대는 인문계열에서 가수 싸이의 성공요인을 참고해 한국대중문화의 발전 방향을 서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여기에다 민족주의와 국가 간 분쟁에 대한 대처방안을 묻는 문제도 곁들였다. 문화적 쇄국주의에 머물렀다면 한류는 물론 온라인으로 국경이 없어지는 유튜브 문화에 합류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과 싸이 성공이 이런 개방과 세계화 전략 속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기술했으면 훌륭한 답안이 됐을 것이다. 이는 생글생글에서 다룬 ‘K-팝 한류가 간다’라는 커버스토리와 상관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생글생글은 국내외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걸그룹과 기업의 이익극대화는?

한양대는 상경계열 논술문제로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냈다.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를 등장시켜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이익 극대화를 설명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그룹이 이익 극대화를 가져오는지를 전략 차원에서 분석할 줄 알면 풀 수 있었다. 많은 인원이지만 멤버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출연하는 기회를 더 확보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EBS 교재에서 나온 논술도 제법 있었다. 연세대와 서강대가 대표적인 곳이었다. 연세대 사회계열은 언어영역 교재에 수록된 ‘노처녀가’ 등을 제시문으로 내고 현실성과 낙관성의 관계를 분석하도록 출제했다. ‘노처녀가’의 내용은 가난한 집안과 양반가(兩班家)의 체면이 빚어낸 갈등 때문에 혼인의 기회를 놓쳐버린 노처녀의 한탄과 슬픔, 자탄을 담아낸 작품이다. 그래도 나중에 결혼해 잘 살았다는 ‘노처녀가’는 전형적인 봉건성을 꼬집는 작품이라는 점을 간파했다면 크게 논술하는 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트럭아저씨와 의사결정이론 관계

서강대는 8개 지문 중 2개 이상의 지문을 교과서나 EBS 교재에서 출제했다. 경희대도 경제 사회교과서와 EBS 수능 교재에서 3개 제시문을 냈다.

건국대는 인문사회계열 논술고사에서 박완서의 작품 ‘트럭아저씨’의 주인공 태도를 의사결정이론으로 설명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트럭아저씨’는 싱싱하고 흙 묻은 자연 채소를 팔고 주인공은 트럭아저씨 채소를 사먹으면서 삶의 진면목을 본다. 반면 작가는 깨끗하게 다듬어진 ‘비닐박스 안 채소’ 를 싫어한다. 여기엔 두 채소를 보는 상반된 의사결정이 숨어 있다. 합리적 소비자라면 어떻게 해야 최대 만족, 혹은 최대 결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문제였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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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지문 확 늘었네!…외대는 모든 제시문이 영어로

[Cover Story] SSMㆍ이익극대화 등 출제…생글만 열심히 읽었어도
지난 수시논술에선 영어 지문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한국외국어대는 모든 제시문을 영어로 냈다. 그동안 외대는 인문계 논술에서 교과서 수준의 영어 제시문 1개를 냈다. 대부분 교과서 내에서 본 영어 지문이 많았으나 대학생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ㆍ밀턴 프리드먼)’와 ‘정의란 무엇인가(What Is Justice?ㆍ마이클 샌델)’ 등을 활용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영어 제시문을 냈다는 게 외대 측의 설명이다. 논술은 제시문과 자료를 비교해 상관관계를 밝히는 게 주요 패턴이기 때문에 영어라는 것 외에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화제의 책인 경우 원서로 읽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화여대는 외국인 거주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과 미국의 다인종 사회에 대한 얘기를 통해 한국의 전통과 현대사회 간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는 제시문을 영어로 냈다.

[The number of foreign residents in Korea has currently exceeded the one million mark, over two percent of the total population. Despite the sharpe increase of the immigrant population, no one has a clear idea about how to manage all the differences between Korean and foreign cultures. Decades ago, the U.S. seemed to provide the answer. It was that of the “melting pot,” a society like a pot of stew. Within the stew, the meat and vegetables give each other a bit of their own flavors to create a new one. Likewise, in such a social climate, different people made their own contributions to American culture, and made every effort to come together.]-이하 생략

이화여대의 제시문은 비록 영어로 돼 있긴 하지만 문장 구조나 내용이 아주 평이했다. 지구촌이 되어가고 이민을 오고가는 세상에서 한국 또한 다민족 국가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문제를 접하면 글을 써나갈 수 있다. 앞으로 영어 제시문이 적지 않게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