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과 선물환 포지션


내년부터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비율 한도가 25% 축소 적용된다. 정부는 27일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대응조치로 외국환 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비율 한도를 25% 축소하기로 했다. 따라서 국내 은행은 현행 40%에서 30%로, 외국은행 국내 지점은 현행 200%에서 150%로 조정된다. - 11월28일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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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원화 환율 안정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원화 환율이 최근 급속한 하락세(원화 가치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나라 경제의 건전성(거시경제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환율의 변동은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크게 내리면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이 줄어드는 반면 수입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환율이 크게 오르면 수출은 증가하는 반면 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6개월 새 100원가량 떨어지는 등 가파른 하락세다. 10월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달러화에 대한 주요 통화의 절상률을 보면 원화는 2.44%로 호주 달러 1.18%, 필리핀 페소 1.71% 등보다 훨씬 높다.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엔 크게 구두 개입과 직접 개입이 있다. 구두 개입은 외환당국자가 말로 경고하는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는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게 바로 구두 개입이다. 구두 개입은 외환딜러 등 외환을 매매하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구두 개입만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외환당국이 직접 개입한다. 직접 개입은 중앙은행(한국은행)이 시장에서 달러화 같은 외화를 사들이거나, 또는 보유 중인 외화를 파는 형태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환율 하락(원화 강세, 달러화 약세) 추세를 멈추게 하려면 시중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정책을 취한다. 반대로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문제라면 시중에 달러화를 내다판다.

외국환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조정은 제도 개선을 통해 외환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환율 안정을 꾀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간접 개입이다. 현재 우리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안정 등을 위해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외환 규제 3종 세트’라고 부른다. 외국 자본의 급격하고 빈번한 유출입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위험을 막기 위한 장치다.

선물환거래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일정 기간 경과 후 특정일에 외환을 결제, 인도하기로 한 거래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 원화환율이 1달러=1100원인데 1년 뒤 1달러=1050원의 환율로 100만달러를 사거나 팔기로 한 계약이 바로 선물환거래다. 선물환거래는 기업들이 원화 환율의 변동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선물환포지션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계약액의 비율이다. 외환당국이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지 않게 규제하는 것은 선물환거래로 인해 원화 환율이 급변동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미국에 1억달러 어치의 기계를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1억달러는 3개월 뒤에 입금된다. 그런데 A기업은 현재 1달러=1100원인 원화 환율이 3개월 뒤 1달러=107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A기업은 B은행과 3개월 뒤 1달러=1100원의 환율로 1억달러를 팔기로 선물환 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하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은행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이제 은행으로서도 이렇게 맺은 선물환계약의 환율변동 위험을 헤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B은행은 외국 은행(외국은행 국내 지점)으로부터 현재 환율인 1달러=1100원의 환율로 3개월간 1억달러를 빌린다. 외국 은행에겐 일정 이자를 준다. 이렇게 빌린 달러화는 3개월 동안 국내에서 국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3개월 후 B은행은 A기업으로부터 1억달러를 받아 외국 은행에 빌린 1억달러를 갚으면 거래가 끝난다. 결국 국내 외환시장엔 B은행이 외국 은행으로부터 빌린 1억달러가 공급돼 달러화 가치를 약세(원화 강세·원화 환율 하락)로 만든다. 따라서 선물환을 거래할 수 있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낮추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줄여 원화 환율 하락 추세를 막을 수 있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고삐 풀린 핫머니…환율 '널뛰기' 어떻게 막지?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은행세’라고도 불리우는 데 은행들이 빌리는 외국돈(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대해 매기는 일종의 벌금이다. 외화를 빌리는 기간(계약만기)별로 빌린 돈의 0.02~0.2%를 물리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는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해서 얻는 이자와 채권매매수익(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외환건전성 부담금과 채권투자 과세도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최근 원화 환율이 떨어지는 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어서다. 이렇게 풀린 외국돈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한국으로 몰려 원화 환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축소했지만 원화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의 이런 흐름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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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지수 상승은 증시 하락 '경고등'


세계경제와 공포지수


미국 정부의 갑작스런 지출 축소로 경제가 충격을 받는 이른바 ‘재정절벽’과 유럽 재정 위기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증시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공포지수는 하락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 23일 현재 15.14를 기록했다. - 11월27일 연합뉴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고삐 풀린 핫머니…환율 '널뛰기' 어떻게 막지?
☞ VIX(Volatility Inde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S&P500 주가지수 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옵션은 주식, 채권, 주가지수 등 특정 자산을 장래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산출해 발표한다. 향후 한 달(30일)간 S&P500 지수옵션이 얼마나 변동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다. 예를 들어 VIX가 30(%)이라고 하면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30%의 등락을 보일 것으로 투자자들이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질수록 VIX는 올라간다.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뜻으로 흔히 VIX를 ‘공포지수(fear index)’라고 부른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위험 헤지를 위한 투자자들의 옵션 거래 수요가 늘어나 옵션을 사고 파는 데 들어가는 비용(옵션가격·프리미엄)이 높아지고 VIX가 올라간다. VIX가 높아지면 증시에서 주식을 팔려는 투자자가 많아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VIX는 평소 20~30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이보다 높으면 투자심리가 불안해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를 이루던 2008년 10월24일에는 89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공포지수가 하락한 데 대해 일각에선 미국의 ‘재정절벽’과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등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대거 휴가를 떠나는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성 때문에 공포지수가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낮은 공포지수는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나타낸다면서 악재가 돌출하면 공포지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