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토빈세 도입, 올바른 선택일까요
"외환시장 변동성 줄이기 위해서는 필요"


"자본통제국 낙인…외국인 투자 위축시켜"

원·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달러당 1100원이 깨졌다.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 붐의 영향이 크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어댔고 그 결과 풍부해진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원화가치를 상대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생기는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외국 자금들이 우리나라 증시나 채권시장 부동산 등 금융 및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었다는 인식도 최근 환율 하락이 가팔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이렇게 몰려들어오는 자금이 환율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데 있다.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는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이 또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토빈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단기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토빈세 도입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여야 정치권은 모두 토빈세 도입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의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환율의 안정적인 진폭을 불안하게 만드는 투기성 자금에 대해 규제장치가 필요하다”며 토빈세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민주통합당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5000만원 또는 1억원 초과 외환거래에 대해 평상시 건당 0.02%, 환율 변동폭이 전일 대비 3% 이상 위기시 최대 30%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외환거래세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우리 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대규모 자금의 입출이 이뤄지며 매우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필요성을 주장한다.

홍범교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기존 거시건전성 유지 방안으로는 위기대응시 한계가 있다며 토빈세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기존의 거시건전성 유지방안은 금융기관을 통한 단기외환차입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내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직접 들어오는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홍 본부장은 평소에는 영세율, 비상시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토빈세를 운영하면 투자 감소에 대한 우려도 불식되고 위기시 환율 급변도 막을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에는 비상시 자본통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본자유화에도 역행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가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대

정치권의 토빈세 도입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일단 부정적이다. 자본통제국의 이미지가 국제사회에 생기게 돼 입지가 축소되고 만약 토빈세를 도입하게 된다면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 역시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운용하고 있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토입세를 도입한 국가는 거의 없다”며 “정치권에서 말하는 토빈세는 유럽연합이 도입을 추진 중인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거래세를 혼동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축소하기로 한 것도 결국 토빈세 도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환율방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자본시장 연구원의 이승호 연구원은 섣불리 토빈세를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토빈세 도입은 외국 자금이 모두 단기 투기자금이라는 식의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약 1년2개월로 국내 금융기관보다 세 배 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채 투자금액도 투기자금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건실한 경제를 반영한 투자자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유출된 자금도 토빈세 대상인 외국인 주식 채권 투자자금보다는 우리나라 은행이 해외로부터 빌려온 단기차입금의 상환자금이 더 컸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영국의 대표적 경제신문인 FT(파이낸셜타임스)도 토빈세 도입이 금융산업과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반대하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생각하기

글로벌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국내외 경제가 모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럽발 불황의 영향이 국내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자칫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마디로 대내외 여건이 모두 심각하다는 얘기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토빈세 도입, 올바른 선택일까요
하지만 현 상황이 토빈세를 도입할 정도로 급박한지에 대해서는 좀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비록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달러당 1100원 이하로 내려갔지만 환율로 인한 국내 경제 충격이 그리 크다고 보기는 힘들다. 환율이 최근 몇 달 간 추세적으로 하락한 것 역시 사실이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이 그리 높은 상황도 아니다. 물론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들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기업 대다수가 현 수준의 환율에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상황은 토빈세 도입이 논의될 만큼 급한 것은 사실 아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진 이유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슈화한 탓이 크다고 본다.

토빈세 도입에는 찬반 양론이 갈리듯이 장단점이 있다. 분명한 것은 토빈세가 됐든 무엇이 됐든 이름 여하를 불문하고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단기간 급격한 외환 유출입으로 충격을 받은 적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는 충분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꼭 토빈세가 아니더라도 위기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는 분명히 추가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다만 그것이 토빈세의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