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혁신은 도전의 산물…열정이 식으면 성장도 멈춘다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은 역사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만능의 진리’다. 시련을 이겨낸 역사가 문명의 꽃을 피우듯 위험에 도전하고 극복한 기업인이 기업을 견실한 성장의 토대 위에 세운다. 나라에 기업가정신이 넘쳐날수록 그 나라의 경제가 번성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이 뿌리를 깊게 내리고 널리 퍼져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기업가정신은 미래의 희망이자 발전의 에너지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도 기업가정신은 미래를 열어주는 안내자다.

#기업가정신은 도전이 핵심

기업가정신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도전정신’이다. 황량한 벌판 사진과 유조선 도면만을 달랑 들고 영국과 그리스를 오가며 자금을 대출받고 계약을 따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일화는 기업가정신의 출발이 도전임을 잘 설명해준다. 그 열정과 도전정신에서 창의가 발휘되고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마케팅 전략이 나오는 것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가정신을 ‘위험을 각오한 도전’이라고 정의한다. 바꿔말하면 위험이 따르지 않는 것은 도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의 폐허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것은 위험을 도전으로 이겨낸 결과다.

물론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 기업가정신의 모든 것은 아니다. 기술혁신을 위한 노하우,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국가·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 공정한 경쟁 마인드, 세계를 보는 식견 등도 모두 기업가정신의 요소들이다.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키운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 28살의 나이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대명사 페이스북 상장으로 돈방석에 앉은 마크 저커버그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지구촌에 소통의 통로를 활짝 열어준 대표적 인물이다.

#슘페터 '혁신' - 토인비 '응전'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 하면 곧바로 연상되는 인물이다. ‘자본주의 변호사’라고도 불리는 슘페터는 1942년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말을 처음 썼다. 공장이 대장간을 쓸어버리고 자동차가 마차를 밀어낸 것처럼 혁신과 창조적 파괴는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자본주의는 대중의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공헌자이지만 끝없이 창조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혁신과 창조적 파괴는 기업가정신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와 함께 기업가정신을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집약했다. 역사의 발전은 수없는 도전을 극복해 새로운 시대를 연 결과라는 것이다. 국가지도자와 국민들의 도전과 응전 정신이 국가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가정신이 강한 기업은 흥하고, 기업가정신이 약한 기업은 쇠한다는 의미다.

#기업가정신 꺾는'편견과 규제'

기업가정신이 넘쳐나야 경제가 성장하고 국가가 발전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상황은 기업가정신을 키우는 사회적 토양이 척박해져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기업, 특히 대기업에 대한 편견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표심을 노리고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보다는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주장을 지나칠 정도로 부풀리면서 기업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런 인식의 확산에는 기업인들의 책임도 있지만 공(功)과 과(過)를 함께 보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 지나친 규제도 기업가정신에 브레이크를 건다. 신규투자를 막는 지나친 출자규제, 세계적 흐름(감세)에 역주행하는 세제정책, 사회적 책임의 과도한 요구, 일관성 없는 경제 정책 등은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킨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기업가정신을 키우는 출발선이다.

기업가정신을 다시 일깨우는 데는 기업인의 역할 또한 크다.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과 혜택에 안주하려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대기업은 문어발식으로 덩치만 키우려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더 혁신해 글로벌 중심으로 우뚝 서려는 ‘창조적 파괴’ 마인드를 더 키워야 한다. 글로벌시대에 기업가정신이 쇠락하면 기업이나 국가는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진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경제전망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우리 경제를 저성장 늪에서 건져내고 짙어지는 먹구름을 걷어내는 명약은 누가 뭐래도 ‘기업가정신의 부활’이다. 기업가정신이 깨어나야 기업이 강해지고 나라가 번영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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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것이 가장 위험"

“가장 위험한 일은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위기라고 말하는 지금이 바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Cover Story] 혁신은 도전의 산물…열정이 식으면 성장도 멈춘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제5회 기업가정신주간을 맞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 사회에 창의와 혁신을 북돋우기 위해 기업가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손 회장은 기업가정신에 대해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기업의 성장 덕분이었다”며 “그 바탕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탈바꿈시킨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내수침체와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 감소 등 한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마저 경고등이 켜졌다”며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과거 왕성했던 기업가정신을 복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기업가정신이 위축된 이유로 위험 증가, 안정 선호, 기업 규제 강화 등을 꼽았다. 손 회장은 “과거와 달리 사업 기회를 찾기 힘들어졌고 위험 요인도 많아졌다”며 “사회가 성숙되면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최근 기업정책이 ‘대기업은 규제, 중소기업은 보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leekh@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