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간주해야 할까요
"여객수송 분담률 40%…사실상 대중교통"

"외국 어디서도 대중교통으로 인정 안해"

택시가 버스나 지하철처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지난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할 경우 택시도 대중교통 기본계획에 포함돼 정부의 지원대상이 된다. 현재 택시업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7600억원 규모의 유가보조금과 부가가치세 지원을 받고 있다. 택시가 대중교통에 포함되면 버스처럼 준공영제 적용을 받아 현재 받고 있는 지원 외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추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버스처럼 환승 할인 등으로 본 적자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다. 국회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려는 이유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택시업계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택시의 대중교통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택시 대중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택시업계는 지금 상태로는 택시업계는 물론 기사들이 모두 고사할 판이라며 지속적으로 택시 관련 정책 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난 6월에도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 △택시요금 현실화 △감차보상대책 △LPG가격 안정 △택시연료 다변화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LP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택시업계는 자신들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경영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재 택시기사의 평균 월급이 125만원 수준으로 290만원에 이르는 버스기사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사납금만 채우고 나면 남는 게 없는 택시업계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는 택시의 여객수송 분담률이 40%에 달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법 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요금인상을 통제하고 공급량도 사실상 정하는 마당에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지적도 한다.

일부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버스전용차로 택시 진입 문제에 대해서는 택시업계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경영지도부장은 “시민의 불편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버스전용차로 진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이 문제는 도로교통법 개정과 관련된 것으로 택시의 대중교통 편입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반대

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국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사례를 교통 관련 국제기구나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관련 법에도 대중교통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며 주어진 노선과 요금에 따라 운행되는 교통수단’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택시는 주어진 노선을 다니지 않은 만큼 대중교통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정부는 택시업계의 경영난은 인정하지만 이는 택시 감차와 요금체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는 내년에 법인 택시 1만대가량을 줄이기 위해 50억원의 예산도 편성해 놓았는데 현 시점에서 택시를 대중교통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택시기사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이 택시 기사가 아닌 택시 사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중교통 정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장 심하게 반발하는 것은 역시 버스업계다. 전국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최근 긴급 비상총회를 열고 법률 개정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버스 전면 운행중단을 단행하기로 결의했다. 버스운송조합 측은 “택시 운전자의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택시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택시가 고급 교통수단으로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택시업계 구조조정 유도, 감차에 따른 보상 등 실효성 있는 개선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업계는 고급 교통수단인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은 결국 정치권이 실패한 택시수급관리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며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각하기

정치권은 그동안 표를 의식한 정책으로 택시의 숫자를 적정수준으로 줄이지 못했다. 택시 요금이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택시기사 요금이 최저 생계비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택시업계를 찾았다. 하나같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게 이번에 대중교통법 개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택시업계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국적으로 택시기사 숫자는 30만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민심을 옮기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여론의 풍향계 역할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실어나르며 이들이 무심코 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에 대한 발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간주해야 할까요
택시의 대중교통 편입 여부 판단에는 현행 대중교통법 제정 취지부터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법의 제정 당시 취지는 ‘교통난의 심화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 증가에 대응하여 대중교통을 체계적으로 지원·육성함으로써 국민의 교통편의와 교통체계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것’ 이었다. 대중교통을 승용차를 보유하지 못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는 공공재적 특성을 지닌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기준에서 보면 택시는 불특정 다수자가 승차한다는 특징 이외에는 대중교통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문위원이 지난 9월 이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총 25만5000대에 이르는 택시 중 64%는 사실상 개인사업자인 개인택시다. 이들을 대중교통으로 간주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택시업계의 어려움이 큰 만큼 업계의 수익구조 개선과 기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여타 방안을 찾는 노력은 계속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