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가난한 나라 vs 부자나라…DNA 다를까?
남북한 간 경제력 차이는 명목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37배에 달한다. 지구촌엔 식량이 남아돌지만 한편에선 수천만 명이 오늘도 기아에 허덕인다. 재정적자로 글로벌 위상이 추락했다 해도 유럽은 여전히 부유한 대륙이고, 아프리카는 가난한 대륙의 상징이다. 글로벌 영향력도 비교가 안된다. 가난과 부자가 태생적 운명의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역사는 가난한 그룹이 부자 그룹에 진입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난한 나라는 왜 가난하고, 부자 나라는 왜 부자일까.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보수와 진보의 시각, 카를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의 진단이 각각 다를 것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스모글루(MIT 경제학 교수)는 경제성장의 근본이 ‘정치적 민주화’라고 단언한다. 그는 정치적 민주화가 부실한 중국 경제는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트리아 센도 “어떤 경제학적 법칙보다 ‘정치적 자유’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체제도 빈국과 부국을 가르는 지표다. 자율적·포용적 체제를 갖춘 국가는 경제적으로 번성하고, 타율적·수탈적 국가는 빈곤의 늪에 빠진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폴 새뮤얼슨(노벨경제학상 수상·전 MIT 교수)은 1961년에 나온 미국 경제학 교과서에 “1980년대 이후 소련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기의 경제학자인 그지만 수탈적 경제체제의 한계를 꿰뚫지 못한 우(愚)를 범한 것이다. 불과 반세기 만에 37배로 벌어진 남북한 경제 격차는 경제체제와 성장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기업가 정신과 사유권의 확립 역시 경제발전의 동력이다. 계획경제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순 있지만 지속성이 약하다. 국가를 영구히 번영의 길로 이끄는 것은 창의력이 바탕이 된 기업가 정신이다.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기업가 정신의 산물이다. 기업가 정신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보장해줘야 꽃을 피운다.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부국이라는 분석도 많다. 아프리카나 중동의 상당수 자원 강대국들이 여전히 ‘가난한 나라’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통치자의 리더십, 천연적 지리조건, 교육적 인프라, 국민성 등도 빈국과 부국을 가르는 잣대들이다.

20세기는 세계화가 속력을 낸 시기다. 덕분에 지구촌의 부(富)는 덩치가 훨씬 커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빈국과 부국 간 간극이 더 벌어진 것 또한 현실이다. 글로벌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 거센 이유다. 세계화와 공존을 조화시키는 것은 21세기 지구촌에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다. 4, 5면에서 빈국과 부국을 가르는 구체적 이유와 사례들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